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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n's Diary

5년 전 오늘

찾아야 할 글이 있어서 예전 블로그를 뒤적거리다가, 2005년 6월 2일에 쓴 글을 발견했다.
지금의 룸메와 헤어졌을 때 쓴 글이다. 아주 그냥 절절하게 구질스럽다. ㅎㅎㅎ
영화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이가 생기기 전, 또 같이 살기 전에 우리의 관계를 떠올릴 때가 있다. 우리는 확실히 함께 살면서 덜 싸우고 서로를 더 이해하고 있다.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방구도 텄고....아 (타의로) 똥도 텄구나.....;;
여기에 종종 연애얘기도 올릴 생각이다. 아마 영화 속에도 들어가겠지.
사적기록과 노출증 사이에서 고민은 좀 되지만...

나는 지금 혹독한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내가 이 시험을 이겨낼 수 있을 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난 훨씬 강한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 아니, 혹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약한 사람이 될 지도 모르고.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다보면 수많은 연애의 법칙을 볼 수 있다.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부터, 각 혈액형과 별자리별 남자를 다루는 방법, 이런 남자, 이런 여자, 속 마음 알기... 난 사랑과 연애에 관한 모든 정의와 법칙을, 경멸해왔다. 함부로 쓸 수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실제 그랬다. 사람의 마음에는 법칙 같은 건 없다고, 간지러운 말들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거짓들을 비웃었다.

불행히도 나는 그 간지러운 말 속에 숨어있던 거짓보다도 더, 솔직하지 못했다. 한 친구는 나에게 이상할 정도로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대답했지만, 난 몰랐던 거다. 내 감정이란 얼마나 이기적이고 엉망인 것이였는 지를.

감정은 소모되는 것이고, 연애를 그만두는 것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참아줄 수 없어서라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 않는 연애는 없는 거라고, 연애를 시작하면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를 벗어나기 힘든 거라고, 또 누군가가 말했었다. 이제 그는 나에게 지쳤고, 더 이상 나를 참아줄 수 없게 되었다.

며칠 간 많이 아팠다. 그리고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동안 그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나는 내가 더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아파서 병원에라도 실려갔으면, 심각한 병이라도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나만큼 그 사람도 마음이 아파봐야 한다고, 내가 이렇게 아픈데 연락하지 않았던 걸 땅을 치고 후회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단지 서운했던 게 아니라 복수하고 싶었던 거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는 지도 모른다. 그냥 그 편안한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아니라 그냥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새벽에 이런 글을 쓰는 건 그가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 문제는 내 손을 떠났고, 나는 그저 시험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미 마음 속으로 열심히 버티고 있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백 퍼센트 행복하진 않겠지만,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