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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D+85

몸무게는 5.5 / 신장은 60cm.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현재 동목의 상태는 대략 이런 정도이다.
표준발달표에 근접해서 자라고 있는 중. 작게 태어나서 앞에서 세 번째 군에 속해있다. 늘 내 몸에서 나오는 게 뭐가 영양분이 있을까 걱정하는데, 이렇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면, 튼실해진 허벅지를 보면 참 놀랍고 신기하다. 음식을 만드는 몸이라니. 후.

오늘은 오랜만에 시내에 나갔다. 까페에서 회의를 하고, 짧은 수다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이제 슬슬 일을 하려고 한다. 아기가 자꾸만 예뻐져서 고 녀석하고만 있고 싶기도 한데, 나가면 놀랄 정도로 완전히 잊는다. 나란 여자....후후.

오늘 오가는 지하철에서 본 것들.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탄 네살배기 꼬마가 '하지마'하고 소리지르며 엄마를 때린다. 예전 같으면 시끄럽네, 하고 말았을텐데. 이젠 동목이는 나중에 나의 무슨 행동에 '하지마'라고 소리를 지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나는 많이 타박받는 엄마가 될 거 같다. 내가 내 엄마에게 그랬듯이;;;
환승통로를 걸으면서 한 여자가 '넌 어떻게 엄마한테 그럴 수가 있니!;라고 소리지르는 걸 보았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아직 앳돼보이는 10대 남자아이는 뒤도 안돌아보고 '어쩌라고'라고 화를 내며 앞서 걸었다. 그는 여자보다 한참 커서 여자가 쫓을 수 없을 정도로 성큼성큼 가버렸다.
버스를 기다릴 때 내 앞에 있던 연인은, 새털처럼 가벼워보이는 여자친구와 그녀를 한손으로 들어올리는 놀이(?)를 즐기는 남자였다. 팔에 안겨 꺄르르 웃는 여자와 얼굴은 뻘개졌지만 뿌듯함이 가득한 남자의 표정을 한참 바라보았다.
버스를 타서 생각하니 뭔가 남자의 성장을 쭉 본듯한 느낌이랄까...아이는 엄마에게서 독립에서 연인에게로....허허..

버스에서는 내 앞자리에 앉은 한 꼬맹이가 나에게 자꾸 과자를 주었다. 위험하다고 돌아앉으라고 몇 번 말했는데 그 아이는 그냥 웃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귀에 보청기를 하고 있었다. 과자를 먹으라는 이야기도, 내 머리에 얹어져 있던 선글라스를 써보라는 이야기도 아이는 손으로 했다. 아이가 나에게 과자를 여덟개나 주는 동안, 아이의 엄마는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고단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내릴때 밝은 얼굴로 빠빠이를 하는 아이의 모습과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녀의 나란한 모습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겨우 80일 정도가 지났을뿐이지만, 아이와 함께 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그게 좋은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더 마음 쓰이는 게 생겼다는 것 정도. 너무 감상적이게 되지는 않았음 좋겠다. 후.

아빠랑도 자고

할머니랑도 자고

엄마랑도 자고

어디 나갔다오면 날 보고 웃어주는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