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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21. 촬영

몇 주간 주말마다 내가 나오는 화면을 촬영했다.
3주 전에 친구 결혼식, 그 다음주에는 연대에서 있었던 영화상영 GV장면, 그 다음주에는 유모차를 얻으러 인천에 갔던 장면, 이번주는 또 GV 촬영이었다. 나는 여전히 카메라가 신경쓰이고, 카메라를 신경쓰지 말아야지, 라고 강박적으로 생각하다가 (연출의 입장에서) 꼭 해야할 말이나 행동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간극은 어떻게 메워야 할까. 출연자이고 연출자인 나는 휘청휘청. 어떤 때는 카메라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작위적인 말들을 너무 내뱉어서 촬영하던 친구가 '워워-'를 해 준 적도 있고, 촬영자에게 제대로 디렉션을 주지 못해서 서로 불만족스러운 촬영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촬영본 프리뷰도 늦어서 뭔갈 더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입만 살아서 말만 잘하고 내 작업은 엉망진창이다. 으이구.

그제부터 밥 먹는 시간을 촬영하고 있다. 룸메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때이기도 하고, 가장 카메라를 덜 신경쓰는 순간인듯해서 ㅎㅎ(먹는데 초집중). 그냥 삼각대를 세워놓고 찍는 거라 화면은 심심한데 가끔 재미있는 얘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녹취할 걸 생각하면....(먼산)

조금 몸이 돌아가는 것 같다. 깜빡깜빡하는 건 아직 계속되고 있는데, 대신 앉아있다가도 벌떡 카메라를 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영화의 큰 방향에 대한 고민도 정리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시간. 절대 시간은 부족하고 잠을 계속 줄이니까 이상하게도 몸은 불고 얼굴은 푸석푸석. 가끔은 헛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서 잠도 좀 자고 일도 좀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지금은 4시간을 1타임으로 해서 몇 명이 파트타임처럼 아기를 보고 있다. 난 젖 먹이느라 보조로라도 참여해야 하지만 적어도 두 시간 정도 작업실에서 일할 수 있다. 후후.

이번 주말이면 아기의 백일이 올 것이고, 백일의 기적이라는 밤에 쭉 자기가 현실화 된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다 ㅋㅋㅋ
그럼 더 열심히 해야지.
초딩일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