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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03. 카메라를 드는 타이밍

내가 나를 찍어야 하는 상황들이 생겨나면서, 카메라를 드는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있다.
그제는 룸메가 작은 방을 내 작업실로 만들어 주면서 도배를 했는데, 그 장면을 찍어야한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드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 그대로 놔두고, 가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만 카메라를 들고 있다. 그러니 역시 쓸 화면이 없는 것이다. 흠.
요리를 해서 밥을 먹고, 도배를 하고, 뭔가를 설치하고, 뭔가를 사러 가고, 사소한 일상들은 흘러가고, 나는 그 일상들을 함께 이야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늘 잊는다. 여기에 에피소드를 적어두는 것과 테잎에 녹화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그렇게 알고 알고 알고 있음에도.
그래서 CCTV를 좀 알아보았는데 워낙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보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소니 3CCD제품을 보니 최저가격이 450만원이다;; 그렇다고 화상만 필요한 게 아니니까 마이크도 따로 사야 되고, 설치는 어떻게 할 건지도 모르겠고. 가지고 있는 핸디캠이나 150을 설치하기에는 테잎을 계속 갈아야 하는 수고가 뒤따를 것이고(수고가 걱정이라기보다 '잊는' 것이 걱정이다), 저가형들은 프레임수가 적은지 화상도 끊긴다. 녹화는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하는 방식이라는데, 1년여간의 촬영을 보관하는 것이 유의미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일단은 수시로 카메라를 드는 연습을 해야한다. 다른 좋은 방법들은 더 찾고 묻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