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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22. 산만함

아빠가 동목을 봐주는 사이 작업실에 나왔다. 우리의 아기보기 시간표는 2주 단위로 갱신되고, 참여하는 사람은 다섯 명이다. (홍보하자면 원하는 누구든 참여가능하나 최소 시간 4시간이며 4시간에 만원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ㅎ 최저임금의 절반수준;;) 아빠는 집이 멀어서 일주일에 하루 참여한다. 기저귀 가는 거 설명하고, 이래저래 잔소리 좀 했더니 그런 거 안 해도 다 잘 큰다고 궁시렁. 쳇.

지난주에 작업실 이름이 정해졌다. '오후출근'
같이 작업실을 쓰는 친구도 나도 오전에는 거의 못 나오는지라...ㅎㅎ 야간작업으로 하려다가 훈훈하게 오후출근으로 낙점. 다른데선 멋있어 보이게 그냥 오후,라고 해야지...여하튼 그래서 오늘 오후 출근을 했다. 테잎도 보고 책 작업도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프린터가 고장나서 그거 가지고 씨름하다가 한 시간이 가버렸다. 헉, 하면서 녹취해야겠다하고 구글문서 들어가려다가 메일로, 블로그로 계속 딴 길로 새고 있다. 깜박쟁이씨도 아니고 자꾸 깜박깜박. 뭘 하려고 로그인을 했는지 그새 잊어버린다.

요즘 언니네에서 나온 '비혼자료집'을 읽고 있다. 언니네에 가면 PDF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고, 5000원을 내면 책자로 발송해준다. (클릭클릭) 시작글이 2002년인 걸 보면서 참 긴 시간이구나 싶었다. 그 사이 호적법은 '조금' 달라졌고, 여성부는 여성'가족'부가 돼버렸다.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세상의 조항은 점점 결혼한 사람들에게 친절해지고 있고, 골드미스라는 이름 혹은 저출산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을 압박한다. 비혼이라는 단어는 분명 미혼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의미가 있지만, 그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결국 결혼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게 만든다. 혼인신고마저 해버린, 모양새는 '정상가족'에 가까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그 프레임을 벗어나고, 다른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고민들은 영상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 질문만 하면 안 되는데 질문만 하고 있다.
너무 산만해.
어디다 가둬놓고 일 시켜야 하는데... 벌써 집에 갈 시간이 다 됐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