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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보고싶었던 작품인데 운 좋게 상영기회가 있어 후다닥. 작업실 갔다가 아이 먹이고 뭐하느라고 정신없이 달려갔다.

아쉽게도 상영본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마지막 부분을 못 봤다. (정말 속상했음)  어떻게 마무리 됐으리라, 대강의 느낌은 있었지만.... 화장실 갔다 뒤 안 닦고 나온 기분 ㅜ

여하튼 영화는 재미있었다. 잊고 있었던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 정확한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에 간다니, '고3'으로 지칭되는 어떤 특수한 삶의 경험을 한 이들은 많을터. 다들 자신의 그 시절을 비교하며 영화를 봤을 듯 하다. 일종의 보편성의 획득. 모두에게 같은 경험은 아닐지라도 비교치가 있는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너무 뻔하거나 너무 특수하지 않게 그려내는 능력. 내 작업과도 이래저래 비교하면서 봤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고민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나의 고3은 즐거운 시기는 아니었다. (물론 많은 이들에게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대학에 가고 싶어졌지만 성적은 형편없었고, 예체능으로 과를 옮기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으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도 안 좋은 일들로 멀어졌었다. 의욕적으로 독서실과 학원 등록을 해 놓고 집에서 뒹굴거리던 기억들. 늘 방문을 걸어잠그고 담배를 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가 그 일을 모를거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멍청함을 드러내는 일이지만, 그 땐 나만이 세상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크. 그야말로 허세돋던 시기. 여하튼 요행수로 수능점수가 말도 안되게 잘 나왔고 언감생심 바라지 않던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나와 수능성적표를 몰래 교환해보던 친구가 정말 썩은 표정을 하던 기억만은 생생하다.) 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 같았지만 그다지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었던 거 같다. 그냥 더이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던 정도.

지금의 고3들은 어떨까? 나는 11년전, 영화 속 주인공은 8년 전에 수능을 보았다. 우리들의 경험은 비슷했다. 지금의 고3 교실의 풍경은 조금 다를 것 같다. 궁금하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