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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리뷰] <두 개의 선> 결혼 제국에 입성한 두 개의 性 (네이버 블로거 'EyeGenda'님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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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결혼 제국에 입성한 두 개의 性







언제부턴가 다큐멘터리는 그 특유의 무거운 시선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이는 다큐는 지루하고 다소 무겁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종의 시도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객관성에서 점점 탈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다큐는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인식이 담겨있지만 100% 객관적인 다큐는 존재할 수 없다. 카메라가 보여주고자 하는 대상을 포착하는 순간부터 연출자의 주관적 시선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영화 <두 개의 선>은 다큐멘터리의 객관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작품이다. 관객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 일수 밖에 없다. 연출자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하길 원한다. 그렇다면 <두 개의 선>이 말하고자하는, 정확히 관객과 소통의 담론을 형성하려는 지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결혼’이다.

우선 결혼에 대한 정의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정의를 정립하고 난 후에야 논의의 초점을 한군데로 집중할 수 있고, 논지의 왜곡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의 정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 <네이버 국어사전>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이건 영화의 주인공인 지민과 철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것은 ‘정식’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회적인 성격 때문이다. 정식이란 사회가 인정한 사회제도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단계를 말한다. 여기서 한 가지 정의가 더 필요하다. 바로 ‘가족’이다. 우리는 결혼과 가족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물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인류학자인 George Murdock이 정의한 가족의 의미를 빌려보자. 그는 ‘가족이란 공동 거주, 경제 협력 및 자녀출산을 하는 사회집단으로, 가족은 사회적으로 허용된 성관계를 유지하는 남녀 성인 최소한 두 사람과, 그들이 낳거나 입양한 한 명 이상의 자녀, 그리고 성적으로 동거하는 성인들로 구성된다.’고 정의하였다. 여기서도 ‘사회집단’과 ‘사회적으로 허용된’으로 가족의 정의를 설명한다. 위의 두 가지 정의를 통해서 결혼과 가족은 사회제도의 거대한 틀 안에서 정의 내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결혼과 가족을 평균적 가족(사회적 합의에 일치하는 가족)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적 장치로 인식한다. 또 우리는 그런 평균적 관념이 자리 잡은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지민과 철은 왜 결혼을 하려하지 않는 것일까? 경제적 현실논리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영화에서 경제논리로써 결혼과 가족제도를 설명하진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결혼과 자녀출산을 거부하려는 이유는 결혼과 가족을 사회제도로서 가두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한국의 가족주의의 전통적 형태인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남성에겐 가장으로서 가지는 권위와 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가족 부양의 무거운 짐을 전가하고 여성에겐 남성의 외조와 자녀의 양육의 의무를 강조하기 때문에 여성이 아닌 모성의 삶을 강요하는 것이 바로 가부장적 가족제도이다.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가족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가족이 사회의 최소 집단으로서, 사회 재생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이 때론 묵살되기도 한다. 가족의 첫 번째 기능이 정서적 안정과 휴식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지민과 철이 한국의 가족제도 즉,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거부하는 이유는 그들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그들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결혼에 대한 자의식이 일정 부분 일치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운동권 출신의 부모를 둔 지민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랄 수 없었다. 투옥생활을 하는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가장의 역할은 어머니에게 돌아갔지만 이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성이 한 집안을 꾸려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에게 가혹한 한국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평범한 가정에서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지민의 가족은 지민에게 평범한 삶을 제공해주지 못했고, 결국 지민은 스스로 독립해나가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내가 아닌, 하나의 주체로서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아내 혹은 어머니라는 제도적 역할이 개인을 어떤 방식으로 압박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철의 경우에는 어떤가? 영화는 여성의 시각만으로 가족제도를 바라보지 않는다. 흔히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피해자는 여성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남성 또한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인식이 정립된 후에야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모순과 병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가장에게는 가족 부양의 의무가 반드시 따른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 와야 한다. 지금은 맞벌이 부부, 고임금 여성의 증가로 인해 남녀의 경제적 부양 능력이 어느 정도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족의 경제 부양의 의무는 남성에게 주어지는 것이 한국사회의 통념이다. 결혼 전 집을 장만하는 역할을 남성이 부담해야 하는 이유도 이런 통념이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결국엔 가장에게 고립감과 소외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가정 내에서 어머니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 자녀들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는 소원해진다. 뒤늦게 자녀에게 다가가려해도 이미 견고해진 벽은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다. 철 또한 가장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철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필자는 처음에 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에는 철의 가족에서 아버지에 대한 설명이 아주 단편적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향으로 철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글을 정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철은 어려서부터 가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어려서부터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성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의 존재는 철에게 더욱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철이 처음부터 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진 않았다. 지민과의 연애 6년 차에 철은 지민에게 결혼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철의 결혼 제안에 지민은 결혼 대신 동거를 제안했고 철은 이에 동의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철이 지민의 동거 제안에 동의한 이유, 결혼과 동거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한 이유의 근원에는 가장의 경제적 부양 의무에서 벗어나고픈 심정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남성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화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거부한 채 일종의 대안가족의 모습을 찾고자하는 것이었을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대안책이 되지 못했다. 그보다는 자조섞인 고백이 적절할 것 같다. 결국 그들은 혼인신고를 통해 제도적 틀에 들어왔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가족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지민의 말대로 그들은 결혼제국에 입성한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지민의 임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략)



Anti 결혼을 카피광고로 깔고 있지만 영화 <두 개의 선>은 사랑과 연예는 YES! 결혼은 NO!라고 말하는 소위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외치는 과격분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실상은 사랑도 하고 싶고 연예도 하고 싶다. 그런데 결혼은...?? 결혼이 반드시 필요할까? 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고 영화는 시작한다. 어쩌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지는 공통의 질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는 정확한 정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영화는 실제 연예 커플의 생생한 증언과 생활 밀착형 리얼 다큐로 관객의 공감지수를 높이고 더욱 자유분방한 사고로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이 시대의 젊은 남녀, 나아가 결혼 적령기이거나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여 해답을 찾고자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그 리트머스 시험지의 색이 파란색이 될지 빨간색이 될지의 여부는 결국 관객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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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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