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2012.02.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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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청춘들의
결혼과 동거, 임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내게도 찾아온 불안, "결혼. 그거 꼭 해야해?"

카톡 프로필 사진을 웨딩 사진으로 바꾸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 나이가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과의 모임에 나가도 어느 순간 대화의 주제가 연애와 취업에서 결혼과 육아, 재테크로 자연스레 바뀌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나는 잔에 담긴 커피의 마지막 방울까지 들이키거나 쓸데없이 폰이나 만지작 거린다. 그들과의 대화에 내가 끼어들만한 이슈가 없으니 대화에서 겉도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저 결혼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나도,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내가 왜 '결혼을 하기 싫어하는 걸까' 하는 물음으로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제대로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던 듯 하다.

얼마 전, 사람들과 만나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적당히 나이가 먹으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나면 아이를 낳아야 하고, 그렇게 결코 끝나지 않는 인생이라는 장기 미션을 하나씩 달성해 가는 과정을 순순히 밟아가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주변에서 자의든 타의든 다들 그러고 있으니 나는 자꾸 삶의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 말이다. 아. 그건,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또 다른 종류의 불안이었다.

연애 8년, 동거 2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여기, "결혼, 그거 꼭 해야 해?"라며 물음표를 던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커플이 있다.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단다. 연애 6년째에 철은 결혼을 이야기 했고, 지민은 그냥 같이 사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을 했다. 둘의 차이를 모르겠던 철은 그냥 그러자고 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데 굳이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결혼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생의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이미 한 내 친구들이 털어놓던 푸념처럼,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과 관계가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는 것으로 관계가 확장되어가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왔다.

그러던 그들에게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아이가 생겼다.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하게 두 개의 선이 나타난 순간부터 이들의 신념은 끊임없이 시험당한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지만, 아이라는 변수가 생긴 상황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고 서로에게 묻는다. 그들은 결혼식이나 혼인신고 없이 아이를 낳겠다는 말에 주변에서 보내는 부정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다. 그러고 나니 또 다른 문제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태어날 아이에게 엄마의 성을 주자는 것도 그렇다. 자신의 신념을 따른 선택이, 아이에게 훗날 짐이 될까 걱정이 된다. 단단해보이기만 했던 그들이 조금씩 약해져 간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은 고민하고 고민한다.
이번엔 태어난 아이가 아프다.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면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단다. 아이의 수술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혼인을 증명할 신고서가 필요하다. 결국 아이의 출생신고 마지막 날, 철과 지민은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는다. 결국 이렇게 결혼하게 될 걸, 그동안 왜 그렇게 고민했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

나와 같은 또래의 2,30대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결혼을 앞두고 있든, 결혼을 했든, 혹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든 이들처럼 치열하게 결혼과 육아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카메라 앞에 선 이유도 '결혼은 필요가 없어요' 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철저하게 선택의 문제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선택하지 않은 것 뿐인데, 이들 앞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사회적, 제도적 문제가 놓여 있었다. 생각보다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자꾸 이들의 신념은 약해지고, 자꾸 약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이 비겁하고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처럼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상황도 비단 평범하지만은 않다. 지민과 철의 독특한(?)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해가 되었지만, 이들의 동거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지지하는 부모들이 있다는 것도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뭐가 부럽냐고? 비혼에 대한 신념을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이해시켜야 하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다는 것 말이다(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영화에선 생략이 되어서 그렇지. 아마 그게 주가 되었더라면 영화는 안티 결혼 다큐멘터리가 되었을 것이고.)

만약 아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복지혜택을 받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그러면 상황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는 호적에 어떻게 오르게 되었을까. 지민과 철은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면서는 잠깐 그런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것이었든, 그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를 판단하려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또 있을까 싶다.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 것처럼, 중요한 건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인생의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너는 얼마만큼 치열하게 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했느냐의 문제일테니.

다큐가 주는 매력이 리얼함에 있듯,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충분히 리얼해서 공감되는 시간이었다. 좀 더 고민해보자, 우리. 그리고 좀 더 이야기해보자, 우리. 

사족. 영화를 보고 온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얼른 보고 오라고 재촉하고 있다. 술자리에서 할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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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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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tter.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docu2sun
          시네마 달 @cinema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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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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