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2012.03.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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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못한 두 번째 길





 


(전략)



난 최근에 인터넷 상에서 보여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호의와 공감이, 어쩌면 이 '덜' 급진적이고, '덜' 과격한 선택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짓궃은 생각도 들었다. 만일 아이가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수술여부와 상관없이-즉 다른 방법으로, 아이 수술을 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끝까지 비혼 커플로 남았더라도, 사람들은 아이의 인생(과 선택)을 미리 선점해 버리는, 아픈 아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들 신념만을 지키는 '이기적인' 커플이라고 이들을 욕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광고가 늘 100프로 진실 만으로 광고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 영화의 홍보 문구로 '안티-결혼 다큐멘터리'라고 붙히는게 맞는 설명인 걸까. 물론 영화는 '결국 어째서 결혼하게 되었는가'로 귀결되긴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나'를 그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안티-결혼'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애초에 '결혼 꼭 해야 해?'라는 패기어리고 용기있는 질문을 던지며 함께 살아온 커플이었다는 것과,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이들의 결정을 뒤흔들게 된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은 여전히 안티-결혼주의자가 맞을 것이다. 또한 그들 역시, 그들이 비혼을 결심하던 것에 비해서 갑작스레 결정하게 된 결혼에 대해 아직도 생각하면서 지낼 수도 있고.

그러나 영화 초반에 보여진 이들의 패기가, 영화의 어느 순간부터-그래, 정확히 말하자. 아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시점부터.- 그보단 유순한 '사회의 것'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고 말한다면, 힘든 상황에 놓여있던 이 커플에게 내가 너무 혹독한 걸까. 아팠던 아기에게 내가 미안할 이야기일까.

이들을 이해하면서, 나 역시 동시에 아쉽고 패배감을 느끼며 자조적이 된다. 그래, 우리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정말로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건가.. 우리는(이 '우리'는 나와, 그리고 <두 개의 선>의 주인공인 지민과 철을, 그리고 전국의 수많은 비혼주의자들, 페미니스트들을 포함한다.) 이 정도의 발버둥과 타협에 자족할 수 밖엔 없는걸까? 결혼을 하면서 '결국은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잖아. 결혼해서 다르게 살면 되지'란 정도로 세상에 양보하며 살면 되는 건가? 그러나 하나를 양보하면 열을 양보하게 된다는 지민의 어머니의 말처럼, 이정도 되겠지, 하고 양보한 것이 끝내는 내 모든 삶을 점거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 때, 친구가 말했던 '패배주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이런 나의 글이 누군가에는 그들에 대한 '과도한 요구'로, '현실적' 고민에 봉착한 이들에 대한 철부지 페미니스트의 비현실적 요청으로 해석될 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이러한 요청과 요구가 과도하고 철없으며 이상적이어야 하는걸까. 언제까지 이런 생각은 이상이고 환상이며 저주여야 하는걸까. 이 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늘 사회는 다수가 동의해 온 대로만 살게 만든다, 다수가 아닌 전부를.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룰이든, 얼마나 사람들로 하여금 짙은 패배감을 느끼게 하는 규칙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모든 다수가 옳다는 것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그 다수의 부분이 되어 살기를 강요받아야 하는걸까? 아무리 현재의 사람들이 '나 자신으로 살기("스스로에게 당당하자!")'를 꿈꾸고 산대도, 결혼 제도 속에서 여전히 우리는 주체이기보단 타자다. 우리가 이 게임을 그만둘 순 없는걸까, 멈출 순 없는걸까, 비상구를 통해 탈출할 길은 이 나라엔 없는걸까.

난 이 다큐 속에서 보이는 지민과 철의 결혼에 대한 고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소중한 고민에 공감하고, 또한 내 속에서 커진 고민과 공명한다. 혼인 신고한 후에 느끼던 철의 패배감을 나 역시 그들을 통해 느낄 수 있고, '결국 내게 '엄마'만 남게 되는 되는 거 아닐까'하는 두려움과, 이런 공포와 두려움을 서류 하나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도 싶었을 지민의 마음도 이해된다. 그리고 감히, 그들이 '안티-결혼 다큐멘터리' 속에서 부부가 돼버린 상황에 대해 '페미니스트 동지들'에게 느끼는 미안함이나 결국 비혼을 택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물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들의 이야기는, 결혼을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이러한 결혼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그 사람들과 다를 수 밖엔 없었다. 어딘가로 떠밀리듯 며칠 만에 혼인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 그리고 아이의 성을 아빠의 것을 따르도록 선택한 것. 나는 지민이 왜 더 묻지 않았는지, 왜 더 '우기지' 않았는지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녀의 당시의 고통은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것이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아프고 매몰차게 물어볼 수 밖에 없는 나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왜 아이를, 그들 관계 자체를 그녀의 이전 고민과 다르게 이렇게 '결국은 너무도 정상적인' 안에 위치하게 해버렸느냐고.

혼인신고와 아이의 성(姓)을 자신의 성으로 따를 것을 결정한 후, 철은 어딘가 상대를 알 수 없는 것에 '져버린 느낌'이라 이라고 말했다. 실은 그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방금 내가 물은 이 커플에 대한 원망섞힌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 그가 벌이던 것이 실체도 알 수 없는 그 '어떤 것'과의 사투가 아니라는 것을. 법과 제도, 사회와, 시선, '평범한' 사람들.. 그 모든 지극히 사회적인 것들이 한통속이 되어 우리를 이 '결혼 제국'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있는 것이지 않냐고. 우리는 나약한 개인들이고, 거대한 사회 속에서 개인은 너무도 무력하다고, 우리는 자위하는 게 최선일까. 물론 이 지민과 철이라는 두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이러한 결혼 중심성을 떠받치고 있는 제도와 사회에 가장 큰 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거지같은 세상 한번 뒤집어볼란다! 하고 더 용기와 패기넘치게 밀고 나가는 커플이, 그 선배가 내게 이들이 되어주길 바랐다. 

나는 두렵다. 나 역시 그렇게 그 결혼제국 속으로 빨려 들어갈까봐. 아니, 실은 그래 놓고는 내가 그걸 '선택'했다고 착각할까봐. 아니, 이따금 '어쩌면 결국 결혼이라는 걸 하게 돼버리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버린 내가. 내가 아는 한, 이 사회에서는 아이를 가진 비혼 커플이 결혼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행복한 '다른 가족'을 이루고 사는 선배들이 우리들에게는 없다. 아이를 원하는(아이가 생긴) 커플이라면 그들에게 결혼은 정해진 수순이며 울며 먹는 겨자다. 그 길을 꿈꾸게 할 선배가 없다는 건 우리가 갈 수 있는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불행하며, 결국은 불가능한 것일지 일러줄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으로 비혼 페미니스트들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목수정 씨가 그 실험을 단행할 수 있던 터전도, 결국은 시민 연대로서의 파트너쉽을 인정하는 프랑스였지 않은가. 난 <두 개의 선>을 통해 이 사회 속에서 그 길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런 기대와 갈증은, 내게 여전히 반송된 편지로 되돌아왔다. 우리의 길은, 하나인가? 나는 후에,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거기에 나는 당당하게 '선택'이라는 말을 붙힐 수가 있을까. 혹시 미리 변명의 말을 준비해둬야 하는 건 아닐까.. 결국 여기에, 내 고민은 여전히 봉인된 채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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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Contact


Twitter.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docu2sun
          시네마 달 @cinemadal

Blog. http://2line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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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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