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작일기

08. 멈춤

며칠 째 모든게 멈춤상태에 놓인 것 같다.
의욕을 불태우며 테잎 프리뷰를 한다고 이것저것 자리를 셋팅하기도 하고, 캠코더를 산다고 각종 사이트와 오프라인을 넘나들던 때와 다르게, 요 며칠은 모든 것이 스탑. 테잎 프리뷰는 한 개하고 캠코더를 넘겨주는 바람에 멈춰있고, 새 캠코더는 메모리 방식이라 테잎을 볼 수가 없고, 새 캠코더로 촬영하려고 했던 것들은 많이 못했다. 어떻게 찍어야할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런 것들도 한참 머릿속을 맴돌기만 하다가 요즘은 어딜 갔는지 사라졌다. 그냥 자꾸 고양이들하고 누워있고만 싶다.
밤에 자리에 누우면 막 화가 난다. 괜찮아, 하고 넘어갔던 일들도 다시 곱씹게 되고, '어떻게 그럴수가!'의 마음이 되어 혼자 분을 삭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렇다. 감정들이 잘 추스러지지 않아서 다른 고민 같은 걸 더 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이제 올 한 해 벌렸던 일들이 거의 끝나간다. 이것만 끝나면 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던 것들은 결국 하지 못했다. 12월에는 집중해서 기획서를 쓰고 싶은데, 멈춤 상태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시 굴려야 할지 아리송하다. 일단 여기에 무엇이라도 조금 적어놓는 것으로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