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in's Diary2009.12.06 01:53
영화 상영이 끝나고 뒷풀이가 있었다. 두어 시간 앉아 있다가 10시 즈음 나왔다. 인디스페이스 앞에서 명동역까지 걸어가는데 25분이 걸렸다. 모두가 나를 앞질러간다. 쓸쓸했다. 더 있으라고 잡지 않는 술자리를 떠나는 기분도, 모두가 거기 있는데 나만 여기 있는 기분도, 다들 나보다 빨리 걷는 기분도, 쓸쓸했다. 나 없이도 세상은 늘 잘 돌아간다. 알고 있지만 확인하는 순간은 어쩐지 서럽다. 걸으면서 룸메와 통화를 했다. 절뚝거리며 걷는 내게 택시타고 오라고 해 주었지만, 삼만원이 넘을 택시비가 아까워 절뚝거리며 계속 걸었다. 지하철에서는 앉아서 왔고, 역으로는 룸메가 마중나와주었다. 자꾸만 내 삶이 그와의 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또 쓸쓸했다. 만족스러운 관계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또 불안하다. 다른 것들이 영영 멀어질 것만 같다.

수요일 밤에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 아마 지금 몸이 아픈 것도 그 때의 여파일 것이다. 목요일에 먼길을 운전해야 하는 룸메가 잠결에 운전길에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잠을 못 이뤘다. 새벽에 그를 보내고 잠깐 잠이 들었다가 수업 마칠 시간 즈음해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배터리가 다 되었거니 생각하며 마음을 토닥이려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고, 나는 인터넷 뉴스로 온갖 교통사고들을 검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연락이 되었을 때는 계속 눈물만 나왔다. 예상대로 배터리가 다 되었던 것 뿐이고, 내가 걱정할까봐 문자를 남겼다는데 그 문자가 내게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 시간 동안 몸이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지 그와 전화를 끊고도 십분에 한 번씩 펑펑 울었다. 그가 사라지는 것이 무서웠고, 그것이 그렇게까지 무서워진 내 자신이 안쓰럽기도 했다.

여하튼 아픈 곳도 예사롭지는 않아서 오늘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오늘 만난 한 분이 자궁이 빠질 수도 있으니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살짝 쫄았다. 검색창에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의견부터 자궁이 질 입구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것, 염증일 수도 있다는 것, 자궁수축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궁이 빠질 수도 있다는 것 등등의 의견들이 난무했다. 인터넷 검색은, 결국 그 내용에 대한 판단과 취사선택이 내 몫이라는 점에서 불안함의 해소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일 일단 푹 쉬어보고,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쓰는 일' 뿐이다. 그거라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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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두 개의 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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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09.12.06 12:39 [ ADDR : EDIT/ DEL : REPLY ]
    • 불안함이 있다는 건 어쨌든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는 좋을지도. 아기가 생기면 불안한 것이 더 많아지겠지? 임신을 하기 전에 좀더 쿨해지는 마음수련을 많이 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종종 함. ㅠ

      2009.12.06 19:09 신고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09.12.06 14:21 [ ADDR : EDIT/ DEL : REPLY ]
    • 누군가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내가 속해있던 공간들에서 소외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가끔씩 들어. 내가 자초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헤헤. 점점 어떤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지는 것도 그런 이유인지도 모르고.
      핸드드립으로 맛있게 커피를 주는 집을 찾았는데, 조만간 같이 가자!

      2009.12.06 19:11 신고 [ ADDR : EDIT/ DEL ]
  3. 당고

    헉! 진짜 맘고생이 심하구나.
    난 몸이 피곤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버릇이 있어서 늘 너무 지나칠 정도로 푹 쉬고 있어-ㅅ-;;;;
    별일 없겠지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듯해 :)
    근데 무얼 쓰고 있는 걸까- 기획안? 집중을 하면 조금 더 시간이 잘 흘러갈지도. 나는 집중력이 없어서 통하지 않지만OTL

    2009.12.06 16: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쉬면서도 불안한 마음..ㅎㅎ 도시 생활에 너무 길들여져 있나봐. 이 뒤쳐지는 듯한 느낌 ㅠ 하지만 쉬는 거에 점점 익숙해지는 중 후후-
      그나마 몸 안 움직이고 할 수 있는 일이 쓰는 거니까, 이것저것 써 보고 있어. 기획안만 빼고...ㅋㅋㅋ 해야 하는 일은 역시 하기 싫으네...

      2009.12.06 19:47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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