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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n's Diary

불안함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뒷풀이가 있었다. 두어 시간 앉아 있다가 10시 즈음 나왔다. 인디스페이스 앞에서 명동역까지 걸어가는데 25분이 걸렸다. 모두가 나를 앞질러간다. 쓸쓸했다. 더 있으라고 잡지 않는 술자리를 떠나는 기분도, 모두가 거기 있는데 나만 여기 있는 기분도, 다들 나보다 빨리 걷는 기분도, 쓸쓸했다. 나 없이도 세상은 늘 잘 돌아간다. 알고 있지만 확인하는 순간은 어쩐지 서럽다. 걸으면서 룸메와 통화를 했다. 절뚝거리며 걷는 내게 택시타고 오라고 해 주었지만, 삼만원이 넘을 택시비가 아까워 절뚝거리며 계속 걸었다. 지하철에서는 앉아서 왔고, 역으로는 룸메가 마중나와주었다. 자꾸만 내 삶이 그와의 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또 쓸쓸했다. 만족스러운 관계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또 불안하다. 다른 것들이 영영 멀어질 것만 같다.

수요일 밤에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 아마 지금 몸이 아픈 것도 그 때의 여파일 것이다. 목요일에 먼길을 운전해야 하는 룸메가 잠결에 운전길에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잠을 못 이뤘다. 새벽에 그를 보내고 잠깐 잠이 들었다가 수업 마칠 시간 즈음해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배터리가 다 되었거니 생각하며 마음을 토닥이려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고, 나는 인터넷 뉴스로 온갖 교통사고들을 검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연락이 되었을 때는 계속 눈물만 나왔다. 예상대로 배터리가 다 되었던 것 뿐이고, 내가 걱정할까봐 문자를 남겼다는데 그 문자가 내게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 시간 동안 몸이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지 그와 전화를 끊고도 십분에 한 번씩 펑펑 울었다. 그가 사라지는 것이 무서웠고, 그것이 그렇게까지 무서워진 내 자신이 안쓰럽기도 했다.

여하튼 아픈 곳도 예사롭지는 않아서 오늘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오늘 만난 한 분이 자궁이 빠질 수도 있으니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살짝 쫄았다. 검색창에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의견부터 자궁이 질 입구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것, 염증일 수도 있다는 것, 자궁수축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궁이 빠질 수도 있다는 것 등등의 의견들이 난무했다. 인터넷 검색은, 결국 그 내용에 대한 판단과 취사선택이 내 몫이라는 점에서 불안함의 해소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일 일단 푹 쉬어보고,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쓰는 일' 뿐이다. 그거라도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