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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그제 꿈에 거북이가 나왔다. 엄마인지 아빠가 어디엔가 좋다며 엄청나게 커다란 거북이를 집에 데리고 온 거였다. 거북이는 이불 발치 밑에서 눈을 껌벅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느릿느릿 움직이기도 하면서 방을 어슬렁거렸다.
꿈 이야기를 하자 룸메는 태몽 아니냐며 웃었다. 그렇지만 나는 기분이 찜찜했다. 꿈 속의 기분이 선명하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 나는 그 커다란 거북이를 바라보며, 주변사람들이 다 좋은 거북이라고 칭찬하는 그 거북이를 보며,
거북이는 아주 오래 산다는데, 나는 언제까지 저 아이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 걸까.저 거북이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욕조에서 키워야 하는 걸까, 그럼 이사도 맘 편히 못 다니겠네, 그런 생각을 했다.

개월수가 늘어나면서 어떤 부담들이 내게 작용하고 있나보다.
이제 많이 익숙해지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무서운 것들이 남아 있나보다.
12월이 되고, 내년에 쓸 다이어리를 골라보다가, 내년에 스케쥴표에는 뭘 쓰게 될까를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포켓형 스케줄러는 필요없어질 것 같았다. 시간을 맞춰가며 바쁘게 사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살게 되겠지. 기대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전혀 경험해 본 적 없는 일.
너무 무서워하지말고 차근차근 기록하며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