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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바르다 특별전은 꼭 가고 싶었다. 여성영화제때 놓친 방랑자가 가장 보고싶었는데 이번에도 놓쳤고, 대신 오늘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를 봤다. 추운 날, 혼자, 아트시네마. 잠깐이지만 몇년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 나쁘지 않았다. 달라진 거라면 옥상담배의 생략 정도?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영화이긴했지만 재미는 있었다. 처음 나오던 흑백 사진들, 목을 매단 제롬의 모습, 장례식 내내 뒷자리를 지켜야 했던 수잔,'낙태한 년'들을 태운 유람선의 노래, 애를 하나씩 나눠갖는 뽐과 애인, 그런 장면들이 오래 남는다. 대사나 설명 대신 몇 컷으로 그녀들의 지난 몇년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마음을 움직인 건, 마지막즈음 뽐이 수잔의 센터에서 공연을 하는 장면. 한 여성이 임신을 노래하는 뽐의 공연에 '아기를 낳아야하는 곳처럼 들린다. 다른 여성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을 한다. 뽐은 자신은 아기를 낳아야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며 임신을 여성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어땠더라. 그런 비판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나의 임신과 출산의 경험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뉘앙스만을 내뿜지않았나. 아이를 낳는 행위만을 숭고하다고 말하는 기존의 통념이 싫었던 것이지 그 경험 자체가 신비롭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뽐이 가진 긍정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나 자신을 말해준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러기에, 결혼적령기에 이성애자 남자와 살며 사내아이를 낳은 내 삶의 모습이,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막을 때가 있다.
넘어서고 싶다. 유쾌하고 즐거운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 새삼 이런 생각들을 일깨우는 걸 보면 바르다의 영화는 참으로 훌륭한 여성주의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