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참여한(하객으로든, 카메라로든) 모든 결혼식 중에 유일하게 재미있고 즐거웠던 결혼식은 나의 네덜란드 친구 에리카의 결혼식이다. 에리카는 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 출신의 네덜란드인인데, 6년전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어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있는 좋은 친구다. 그녀는 3년 전 나와 룸메 커플을 그녀의 결혼식에 초대했고, 우리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네덜란드로 날아갔다!(는 것은 핑계고 놀러갔다. ㅎㅎ)
에리카의 결혼식은 네덜란드의 한 지방 호텔- 오래된 성을 호텔로 개조한 듯한-에서 열렸다. 무려 1박 2일이나! 본식(?)은 여자 목사님이 주례를 보았는데, 우리나라의 주례와는 좀 달랐다. 에리카 부부는 의자에 앉아, 목사님은 아주 편하게 서서 그들이 만나게 된 이야기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식은 당연히도 네덜란드어로 진행되었지만 한국어 통역분이 계셔서 대강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조카 들러리들이 건네준 반지를 교환하고 키스와 함께 마무리. 그리고 야외에서 웨딩케잌을 잘라 함께 먹으며 사진을 찍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까지 남은 두세시간 동안, 사람들은 두 가지로 준비된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자유롭게 산책을 하며 시간을 가졌다. 나와 룸메는 그림그리기 워크숍에 참여했고(ㅎㅎ) 에리카 부부의 집에 전시될 그림을 그렸다. 저녁식사는 에리카 부부의 인사와, 그들의 부모의 편지 읽기, 그림 발표(!!) 로 이어졌고, 그 후에는 자유시간. 집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가고, 호텔에 머물 사람들은 각자의 방에서 쉬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을 함께 먹는 걸로 결혼식 끝.
(불행히도 그 때의 사진은 메모리 백업을 안해놓은 미련한 나 때문에 암스테르담을 향하던 나와 룸메의 모습까지밖에 남아있지 않다. 다행히도 그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비디오를 촬영해 둔 테잎이 남아있다.)
물론 이 결혼식이 유럽의 전형적인 결혼식은 아니다-에리카는 아티스트이고, 특별한 결혼식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했다.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시청에서 간단하게 식을 올리는 것으로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뭐, 여하튼, 이 결혼식을 보고 나서 나와 룸메는 우리가 만약 결혼이란 걸 하게 된다면 이렇게 재미있게, 손님들과 같이 놀 수 있는 걸로 해 보자는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딜레마는 돈이 없다는 거...ㅎㅎ 계획만 몇 번 세워보다가 포기했다. 내년에 동목이 첫 생일이 되면 그것과 묶음상품으로 우리도 뭔가 파티를 해 보고 싶긴한데, 편집과 기타 등등이 걸려있는 지금으로선 무엇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친척들이 모인다는 걸 생각하면 머릿속이 패닉상태가 돼 버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에리카의 결혼식 비디오를 보고 있는데 (이것도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겨우 찾았다) 이걸 보고 있으니 정말 재미있는 파티를 하고 싶단 생각이 다시 스물스물. 무엇보다 그들의 파티가 재미있었던 건 그들의 가족이 주가 아니라 그 두 사람이 정말 주인공이였기 때문인 듯.
캡쳐받는 동안 그냥 떠들어봤다. 캡쳐 끝. 컴백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