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 녀석이 내 곁에서 잠든 이 순간이 좋다. 발끝까지 열기운이 있지만, 그 뜨신 발을 내 어깨에 턱 걸치고 자는 녀석이 좋다. 정말, 나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 녀석과 있는 순간들이 행복하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도 아주 다르고 날 너무 힘들게 하는 때도 분명 있는데도. 난 본능으로서의 모성은 없다 생각하고 설령있대도 나에겐 그 유전자가 거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짧은 시간안에 나는 이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이건,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보다(물론 그럴 수 있다면 그리 하겠지만) 아픔을 잘 견뎌서 단단한 이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그런 마음의 사랑. 그게 신기하다. 뭐 겨우 432일의 경험일뿐이지만.
내일 이 녀석을 두고 나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