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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D+ 432

P236

벌써 동목이 태어난지 400일도 더 지났다. 돌 지나면서는 기록을 거의 안 했다. 영화제니 뭐니 정신없는데다 어린이집 가게 되면서 계속 잔병치레를 해서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돌 지나자마자 바이러스성 장염과 감기가 오더니, 2주쯤 지나 낫나 싶으니 코감기, 또 2주쯤 지나 모세기관지염, 오늘은 다시 목감기다. 아기가 아프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엄마들은 죄책감을 갖는다. 게다가 이렇게 어린이집에 보내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얼마전 들었던 '얼마나 번다고 어린 걸 두고...'라는 말이 다시 마음을 파고든다.
그럼에도 이 녀석이 내 곁에서 잠든 이 순간이 좋다. 발끝까지 열기운이 있지만, 그 뜨신 발을 내 어깨에 턱 걸치고 자는 녀석이 좋다. 정말, 나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 녀석과 있는 순간들이 행복하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도 아주 다르고 날 너무 힘들게 하는 때도 분명 있는데도. 난 본능으로서의 모성은 없다 생각하고 설령있대도 나에겐 그 유전자가 거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짧은 시간안에 나는 이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이건,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보다(물론 그럴 수 있다면 그리 하겠지만) 아픔을 잘 견뎌서 단단한 이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그런 마음의 사랑. 그게 신기하다. 뭐 겨우 432일의 경험일뿐이지만.

내일 이 녀석을 두고 나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