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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는 가족의 자유로운 탄생을 허하라
리얼 연애 다큐 & 안티 결혼 다큐멘터리, 비혼과 가족형태의 다양성을 말하다
결혼제도와 가족주의는 사회가 개인을 구속하고 통제하는 억압기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들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혼인은 정상적 사회구성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써, 이를 통해서만 시스템의 말단으로 기능하는 가족을 형성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즉, 결혼을 통해 공인받은 가족만이 사회경제적 기본 단위로써 인정받으며, 그에 따른 각종 권리와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가령 동성커플은 혼인신고를 할 수 없고 그들의 파트너쉽은 용인되지 않는다. 정책자금으로 지원하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생애첫주택마련대출, 출산장려금 및 보육료 지원 등은 혼인신고를 통해 국가로부터 그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대체 국가는 왜, 무엇 때문에 가족의 구성과 형태, 삶의 방식 등 전적으로 개인의 자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사생활을 예산과 제도를 통해 규제하고 간섭하는가? 다큐멘터리 [두 개의 선]은 동거 커플이 출산을 계기로 법적인 부부가 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혼 또는 '정상적' 혼인관계 외의 다른 파트너쉽에 대한 차별과 획일적인 규제를 조망하며,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름 '남들 하는 대로'라는 말로 요약되는 정상성 내지 평범성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결혼과 동거,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중략)
만약 우리나라가 비혼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면 지민과 철은 출산 때문에 쫓기듯, 혹은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혼인신고라는 외길 선택을 강요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 삶의 선택과 자유를 관철하고자 아이의 미래를 볼모로 잡았다는 외부의 윤리적 비난과 내부적인 자책을 피할 수 없었고 그 압력이 사실상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무엇보다 정상성이 지상 최고의 가치로 숭배받는 세상에서 어느 부모가 두눈 멀뚱히 뜨고 자식을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외자녀로 낙인찍고 싶을까? 게다가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이는 부모가 법적으로 보호받는 혼인관계가 아니라 의료지원 혜택도 받을 수 없었는데, 앞으로 살면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그들은 매번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혼인을 하지 않고 파트너쉽을 맺고 아이를 가졌다 해서 이런 차별을 강요받거나 감수해야할 이유는 없다. 국내법은 이들에게 파트너십에 관한 그 어떤 선택권도 주지 않았다. 결혼 아니면 혼외관계, 그 가혹한 양자택일 가부결정권이 과연 진정한 자유이고 선택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결혼과 동거가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에 있지 않다. 그 차이와 간극은 개개인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 공동체가 그 적법성과 도덕성을 일률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윤리와 도덕이란 미명하에 시도하는 파시즘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다양한 가족 구성/형태에 대해 사회가 드러내는 차별이 개인에게 또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이며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 또한 거기에 있다. 지민과 철의 동거/임신/출산/혼인 다큐멘터리에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부분은 기성 결혼제도와 가족주의, 가부장제와 그에 기반한 가족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삶을 지배하고 통제하며 억압하는지 그 매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명백히 인식하는 것이다.
▶ 동거를 하면서도 남자 혹은 가장으로서 가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내지 부담감에 알게 모르게 시달렸던 철. 가부장주의는 남성중심적 혹은 남성우월적 가치의 집합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책임과 의무라는 명분으로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억압한다. 과거 한 때에는 그것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던 시절도 있엇을지 모르지만 현대에 이르러 가부장제는 결국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괄하는 인간, 한 개인에 대한 공동체의 구속 내지 탄압으로 작용할 뿐이다.
▷ 출산과 함께 육아 부담에 내맡겨진 지민. 모유수유를 하는 그녀는 아이를 위해 '젖소부인'이 되어야 했고, 그런 상태에선 일을 병행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남편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요구하는 전형적인 전업주부의 양상을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리뷰를 마치며 : 공동체는 가족의 자유로운 탄생을 허하라
가족 형태와 구성은 선악의 문제가 아닌 그 사회의 상황과 수준에 맞는 선택 사항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지키려 애쓰는, 남녀의 혼인에 기반한 가부장제는 기나긴 인류의 역사 가운데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가족' 혹은 그와 유사한 조직·집단은 국가나 사회, 종교가 공동체를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인민과 신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통제하기 위해 구축하거나 악용한 지배구조 내지 통치수단의 하나였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민과 철은 서로 사랑한다. 그리고 아들 '강'이 어떤 성씨를 갖느냐보다 한 식구로써 세 사람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가족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들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친인척이나 사회적 관계에 매몰당하는 일 없이, 또 그들이 추구하는 가족 형태가 제도적·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거나 곤경에 처하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여느 가족처럼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살지 않느다 해서 차별받고 억압받지 않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나 자신과 삶을 파괴하거나 허물 권리도, 반대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하거나 구축할 권리도 있다. 적어도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짓밟고 삶을 파괴하거나, 혹은 그들과 공존할 수 없는 방식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들의 다큐멘터리는 그 자유의 가치와 소중함, 누구라도 스스로 자신의 삶과 행복을 꿈꾸고 설계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ㅡ 동시에 그것이 좌절되고 부정되는 냉정한 현실도 ㅡ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또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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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