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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서운함에 관한 이야기

그제밤이 너무 힘이 들었다. 1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4시가 될 때까지 잠이 안 들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안 들고 괴로워서 뒤척거리면 허리가 아프고, 속도 더부룩하고.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게 3시 50분 정도였는데 그 후 겨우겨우 잠들었다 싶었더니 고양이들이 배가 고팠는지 우리를 마구 깨워댔다. 귀에다 대고 야옹거리거나 얼굴 앞으로 뛰어오르거나 해서 선잠이 든 상태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6시쯤 일어났고,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버렸다. 룸메에게 잠을 못 자서 짜증난다고 투덜거렸는데, 그는 '내일부터 10시에 잠자리에 들도록 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에게 정답은 '많이 힘들겠다' 정도였지만 예기치 않았던 잔소리 스킬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버렸고 룸메가 샤워하는 동안 나는 옆에 작은 화장실에서 헛구역질과 토악질을 하며 엉엉 울었다.
무엇이 그렇게 서럽고 서운했을까를 생각해봤다. 걱정의 제스춰라고 받아들일 법도 한데, 나는 '어떻게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게 위로나 공감 대신 잔소리를 할 수 있나!'라는 분노만이 치밀어 올랐다.
아마도 나는 그런 억울함들이 가득했던 것 같다. 같이 저지른(?) 일이고, 앞으로도 같이 책임져야 할 일인데, 왜 지금 이 순간 이런 육체적 고통과 변화를 감수하는 것이 나여야만 하는가... 하는 유치한 억울함. 또 다른 사람들은 다 아름답게, 혹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왜 나는 이다지도 불편하고 불안하게 겪고 있는 것인가... 하는 죄책감. 그리고 다시 그런 죄책감을 왜 내가 느껴야 하는가 하는 억울함... 뭐 그런 거랄까.
안 겪어 보면 몰라,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잘 몰라주는 듯한 이야기를 들을 때의 서운함을 감추기 어렵다. 다들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괴로움이 있고, 각자가 신경쓸 일들이 있는데, 내게는 내 것만이 너무 크게 보여서 내게 관심이 없다고 하면 서운해진다. 꼬맹이로의 회귀인가...ㅠ
그래도 어제는 실컷 화를 내고 다시 한 번 '정답'을 주지시킨 다음, 또 그러면 혼쭐이 날 거라고 경고했다. 같이 입덧도 하고 젖꼭지도 같이 아픈, 나름 마음이 여린 녀석에게 너무 하나 싶기도 했지만...

어젯밤부터는 고양이들을 침실로 못 들어오게 하고 가습기에 음악에 소금물 가글까지, 숙면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잤건만. 그지같은 친구 놈이 술처먹고 새벽 5시에 전화하는 바람에 또 깼다. 만나면 죽여버릴 거라고 폭언을 내뿜었으나 그 녀석을 죽이기 전에 수면부족으로 내가 죽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