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며칠 일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20. 04:33
바쁘다 바뻐. 일지임.
일요일 점심 때는 자영언니를, 저녁 때는 박군과 업보를 만났다. 임신 이야기를 전하고, 아기도 보고. 자영언니는 아기 침대가 필요하면 자기가 쓰던 걸 가져가라고 했다. 언니네 아이는 정말 예쁘고 잘 생겼다. 웃는 모습도 예쁘고. 하지만 그들 부부의 짐보따리를 보니 한숨이 절로... 박군과 업보는 처녀가 애를 뱄다며 놀렸고, 도대체 결혼은 왜 안하는 거냐며 따지더니, 그래도 결국엔 축하해주었다. 박군은 결혼예물 전에 돌반지부터 해주게 생겼다며 혀를 찼고, 업보는 자기 조카의 물건들을 몰래 가져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녀석들과 힌 술자리에서 결국 한 놈이 뻗어 잠들고 다른 놈이 룸메에게 까부는 꼴을 보고 나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피곤한 일주일의 시작.
월요일에는 룸메의 인터뷰를 했다. 왜 그렇게 졸립던지 하루종일 자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저녁 때 촬영을 도와주러 깅이 납시셨는데, 그 때도 심지어 자고 있었....;; 둘다 좋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를 하긴 했으나 그래도 차분히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은근히 카메라를 의식하는 룸메는 그닥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몇번의 기회가 더 있으리라 믿으며 후후. 자장면이 먹고 싶어서 짱개 시켜먹음. 그리고 미루고 미루던 겨울옷 꺼내기도 했다. 바지는 단 한 벌도 입을 수 없지만 ㅠ 그래도 늘 커다란 상의를 입었던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며...
화요일에는 조산원에 다녀왔다. 어쩌다보니 엄마 아빠 동생까지 따라갔다. 내심 불안했던 모냥인지 다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따라나섰다. 중간에 룸메를 만나 추어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고고싱. 나 혼자 침대에 누워있고 온 가족들이 다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어쩐지 어색. 조산원 원장님도 눈치가 보이는 모양인지 너무 길게 말씀을 하셔서 졸렸다. 조산원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지금까지 내 뱃속을 울리던 것이 그 녀석의 발길질이 맞다는 확인. 태아답지 않게 쓸쓸한 뒷모습을 하고, 탯줄을 가야금마냥 뜯고 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무료해' 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 했다. 룸메에게 촬영을 맡겼더니 열심히 촬영을 하느라 자기는 초음파 화면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아들이라는 확언을 하시던데... 휴. 나 아들 생겼다...;;;;
시내 나온 김에 미루던 캠코더 쇼핑을 해 버렸다. 고민고민고민하던 거에 비해, 사는 건 금방... 룸메도 함께 찍을 것이기에 그가 마음에 들어했던 모델을 골라주었다. 가격대가 좀 있긴 했지만 ㅠ 그래도 인터넷보다 싸서 냉큼 구입.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는데 천원이 모자라서 출금이 안 됐다 ㅋㅋ 천원 입금해서 다시 출금함. 이 짓을 해 본 건 대학교 1학년 이후 근 10년만이다....;; 여하튼 새 카메라가 생겨서 들뜬 나....였으나 너무 피곤해서 9시에 잠들어버렸다.
수요일에는 아침 재활용수거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가, 병원을 좀더 알아볼까 싶어 괜히 엄마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급우울해져서 한참을 울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정리를 해 보고 싶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흔드는 거지?
어쨌든 그렇게 우울하게 시작한 바람에 멍하게 있다가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 몇 개를 하는데, 시간이 너무너무 오래걸렸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지, 머리가 나빠진건지, 무슨 문장 하나 쓰는데 십 분씩 걸려가며 일하다보니 힘들어서 또 잠듬...
오늘은 아침부터 어제 못한 일을 하다가 아점을 먹으며 앙코르드라마인 그사세 마지막회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드라마들이 좋다. 자꾸 집에서 뭘 하면 안 되는 것 같아 도서관에 갔는데 서버 이상으로 디지털실은 문을 닫는다고 하여 허탈하게 집으로. 저녁 때는 엄마를 인터뷰했다. 엄마는 카메라가 있으니 내가 자기말을 얌전히 잘 듣는다며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열심히 (한 시간이나) 하고서도 뭔가 미진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우리는 둘다 울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란. 쩝. 나를 임신했던 스물세살의 그녀를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고. 에휴. 뭐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집 앞에 온 금 사는 아저씨한테 쪼꼬만 금붙이를 팔아 나와 동생냥에게 참치회를 사주셨다. ㅠ 하지만 간식이랍시고 도너츠를 처묵처묵한 탓에 조금 남기고 온 것이 마음에 몹시 걸린다. 엿튼 맛있게 먹었음.
그리고 여전히 나는 못다한 일을 하고 있다.
아우.
언능 자라며 배를 뻥뻥 차대고 있는 녀석은, 여전히 탯줄을 뜯고 놀고 있을까?
일요일 점심 때는 자영언니를, 저녁 때는 박군과 업보를 만났다. 임신 이야기를 전하고, 아기도 보고. 자영언니는 아기 침대가 필요하면 자기가 쓰던 걸 가져가라고 했다. 언니네 아이는 정말 예쁘고 잘 생겼다. 웃는 모습도 예쁘고. 하지만 그들 부부의 짐보따리를 보니 한숨이 절로... 박군과 업보는 처녀가 애를 뱄다며 놀렸고, 도대체 결혼은 왜 안하는 거냐며 따지더니, 그래도 결국엔 축하해주었다. 박군은 결혼예물 전에 돌반지부터 해주게 생겼다며 혀를 찼고, 업보는 자기 조카의 물건들을 몰래 가져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녀석들과 힌 술자리에서 결국 한 놈이 뻗어 잠들고 다른 놈이 룸메에게 까부는 꼴을 보고 나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피곤한 일주일의 시작.
월요일에는 룸메의 인터뷰를 했다. 왜 그렇게 졸립던지 하루종일 자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저녁 때 촬영을 도와주러 깅이 납시셨는데, 그 때도 심지어 자고 있었....;; 둘다 좋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를 하긴 했으나 그래도 차분히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은근히 카메라를 의식하는 룸메는 그닥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몇번의 기회가 더 있으리라 믿으며 후후. 자장면이 먹고 싶어서 짱개 시켜먹음. 그리고 미루고 미루던 겨울옷 꺼내기도 했다. 바지는 단 한 벌도 입을 수 없지만 ㅠ 그래도 늘 커다란 상의를 입었던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며...
화요일에는 조산원에 다녀왔다. 어쩌다보니 엄마 아빠 동생까지 따라갔다. 내심 불안했던 모냥인지 다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따라나섰다. 중간에 룸메를 만나 추어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고고싱. 나 혼자 침대에 누워있고 온 가족들이 다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어쩐지 어색. 조산원 원장님도 눈치가 보이는 모양인지 너무 길게 말씀을 하셔서 졸렸다. 조산원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지금까지 내 뱃속을 울리던 것이 그 녀석의 발길질이 맞다는 확인. 태아답지 않게 쓸쓸한 뒷모습을 하고, 탯줄을 가야금마냥 뜯고 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무료해' 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 했다. 룸메에게 촬영을 맡겼더니 열심히 촬영을 하느라 자기는 초음파 화면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아들이라는 확언을 하시던데... 휴. 나 아들 생겼다...;;;;
시내 나온 김에 미루던 캠코더 쇼핑을 해 버렸다. 고민고민고민하던 거에 비해, 사는 건 금방... 룸메도 함께 찍을 것이기에 그가 마음에 들어했던 모델을 골라주었다. 가격대가 좀 있긴 했지만 ㅠ 그래도 인터넷보다 싸서 냉큼 구입.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는데 천원이 모자라서 출금이 안 됐다 ㅋㅋ 천원 입금해서 다시 출금함. 이 짓을 해 본 건 대학교 1학년 이후 근 10년만이다....;; 여하튼 새 카메라가 생겨서 들뜬 나....였으나 너무 피곤해서 9시에 잠들어버렸다.
수요일에는 아침 재활용수거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가, 병원을 좀더 알아볼까 싶어 괜히 엄마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급우울해져서 한참을 울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정리를 해 보고 싶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흔드는 거지?
어쨌든 그렇게 우울하게 시작한 바람에 멍하게 있다가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 몇 개를 하는데, 시간이 너무너무 오래걸렸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지, 머리가 나빠진건지, 무슨 문장 하나 쓰는데 십 분씩 걸려가며 일하다보니 힘들어서 또 잠듬...
오늘은 아침부터 어제 못한 일을 하다가 아점을 먹으며 앙코르드라마인 그사세 마지막회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드라마들이 좋다. 자꾸 집에서 뭘 하면 안 되는 것 같아 도서관에 갔는데 서버 이상으로 디지털실은 문을 닫는다고 하여 허탈하게 집으로. 저녁 때는 엄마를 인터뷰했다. 엄마는 카메라가 있으니 내가 자기말을 얌전히 잘 듣는다며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열심히 (한 시간이나) 하고서도 뭔가 미진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우리는 둘다 울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란. 쩝. 나를 임신했던 스물세살의 그녀를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고. 에휴. 뭐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집 앞에 온 금 사는 아저씨한테 쪼꼬만 금붙이를 팔아 나와 동생냥에게 참치회를 사주셨다. ㅠ 하지만 간식이랍시고 도너츠를 처묵처묵한 탓에 조금 남기고 온 것이 마음에 몹시 걸린다. 엿튼 맛있게 먹었음.
그리고 여전히 나는 못다한 일을 하고 있다.
아우.
언능 자라며 배를 뻥뻥 차대고 있는 녀석은, 여전히 탯줄을 뜯고 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