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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D+48

어린이날을 맞아, 아직 어린이인 나에게 육아휴가를 잠시 주었다. 동목에게 젖을 듬뿍 멕여버리고 작업실에 왔다.
작업실 컴퓨터에 저장된 rss리더기를 따라 친구들과 눈팅하는 블로그들의 글을 쫙 읽고 나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반갑게 인사하고 덧글도 달고 싶었는데,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가끔 경계를 넘어가버린 느낌이 든다. 집을 나오기 전, 룸메가 말했다.
"오늘 전화, 문자가 단 하나도 없어!! 어떻게 이럴수가@*&#&@"
그러고보니 나도 그랬다. 연락오는 곳이 없다. 트위터로 알고 지내던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스리슬쩍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뭔가 저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들은 같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있고, 난 아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과 주로 소통하고 있다. 누가 무심히 던진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별 의미 없는 말이겠지만, 울컥, 그럴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아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무심했다. 내가 겪고 있는 삶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랐다. 왜 아기 얘기만 하는지 몰랐다. 흠. 지금의 나로 말하자면, 그냥 달리 할 얘기가 없다. 하루가 젖으로 시작해 젖으로 끝나는 삶에서 무슨 대화거리가 더 있겠나. 그렇기에 서운하지는 않다. 단지 좀 쓸쓸할 뿐.
아직 나는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어제는 자신을 누구 엄마라고 소개하는 동네에 사는 아기 엄마를 만났다. 내 이름을 소개하자 그는 처음에 그것을 아기의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동목이 말썽을 부려 서둘러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아주 조금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기는 예뻐진다. 낯설기만 했던 처음과 달리 아이의 표정에서 예쁨을 발견하고 있다. 나에게 큰 관심이 없어보이지만, 자꾸 안아주고 싶고 뽀뽀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동목의 욕구도 보다 분명히 알아가고 있고, 재우는 기술도 생겼다. 앙앙 울어도 당황하지 않고 웃을 수 있다. 목욕도 혼자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넣을 화면들 말고, 동목의 예쁜 얼굴들을 촬영하고 싶어진다.
고민은 많지만 정리가 잘 안 된다. 젖을 잘 만든다고 밥을 다섯끼씩 고봉으로 먹어댔더니 배가 임신 5개월때처럼 나와있다. 아까 샤워하다가 보고 충격을 받아 머리가 멍해져있다. 아무래도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글도 좀더 발랄하게 써 봐야지.

아빠와 달리 난 졸리지 않아요!!

으앙!!!!! 너넨 내 맘 몰라!

엄마가 그러는데, 저는 잘 때가 이쁘대요 ㅎㅎ

태열도 많이 가라앉았지요-ㅎ

엄마 몸에 매달리면 궁금한 게 많아서 눈이 땡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