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전야 '언니들의 수다'
리얼 연애 다큐 & 안티-결혼 다큐
< 두 개의 선 > GV 후기
일시 : 02/13 (월) 20:10
진행 : 부지영 감독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애정만세> 외)
참석 :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주인공 이철
발렌타인데이 전야에 이루어진 부지영 감독과 지민 감독의 '언니들의 수다'!
출연예정이 없으셨던 이철의 합류로 더욱 풍성한 수다가 펼쳐졌는데요-
그 현장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지영:
영화를 보면, 아이를 낳고서 친척들 처음으로 인사드리고 음식 같이 나눠 드시는 그런 장면이 이 있는데, 지민감독님이 저 끝에 앉아계시더라구요. 물론 거기가 선풍기 앞이라서 시원해서 거기 앉아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딱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제가 결혼하고 시댁에 갔을 때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친척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약간 부엌 가까운 데- 뭘 시킬지 모르니까 (웃음) 부엌 가까운데 앉아서 심부름하던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서, 되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노력하셨고 지금 물론 결정에 대해서 후회하시지 않으시겠지만, 사회나 제도라는게 이렇게 암암리에 어떤 풍경 속에서 드러나고 있구나 (웃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점이 물론 그렇게까지 해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지민:
그런 의도로 (웃음)
지영:
아 그래요. (웃음) 네, 저는 딱 제 결혼 초기의 시댁에서의 풍경이 잠깐 떠올랐어요.
지영:
영화적인, 극적인 상황을 도출하기 위한 연출상의 의도였을 수도 있겠지만 주변분들이 참 비슷하게 권위주의적이신 것 같아요. (웃음) 결혼을 하신 분이거나 안하신 분이거나 이철씨의 결정이나 생각들에 대해서 지지해주시는 분이 동료분들중에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철: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서 “그게 동거야 결혼이야”, 이렇게 포착을 못하는 거죠. “너희들 상태가 뭔거야”, 그게 포착이 안되서 그냥 아리까리한 그런 상태더라구요. 안그래도 오늘 아침에 제 친구 두명이 조조로 보고왔다고 하면서 그 중 한 명이 술에 취해서 전화를 했는데 저를 굉장히 불쌍하게 (웃음) 그랬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한테서도 전화가 왔는데 그 친구는 잘 봤다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더라구요.
지영:
솔직한 반응이었다고 생각해요. ‘표준’ 남성이라면 할 법한, 할 수 있는 그런 반응들이 아니었을까.
사실 제 남편도 제가 생각할 때 그다지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동거' 라는 그런 틀에 대해서 감히 제가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은 받아들이지 못할거다라는 생각이 이미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사실은 많이들 어딘가에서 이미 하고 있지만 드러내놓기 쉽지 않은 그런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의 반응도 솔직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분들이나 주변의 지인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철:
굳이 제 주변의 남자에 국한된 건 아니고, 좀 추상적일 수 있는데 이게 ‘실패한 이야기’라는거에요.
그리고 제 주변의 남자들에게라면, ‘당연하다’는 것을 고민하고 반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어떤 관계들을 규정하는 명칭들이 있잖아요. ‘사위’,‘매형’ 이런 것들. 그 명칭에 따라서 내가 해야할, 해야할 것 같은 행동들이 스스로를 압박하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많이 고민들을 안하는 것 같아요.
지영:
현재 사위로서의 어떤 특별한 억압같은 것이 있나요? 물론 본인이 만들어내는 거겠지만.
철:
지금은 제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에서 많이 해방된거 같은데요, 아직까지도 집에 오시면 눕지는 못합니다. (웃음)
관객:
아이를 낳게됨으로써 아이에 대한 생각이나 다른 생각들이 어떻게 바뀌셨는지, 흔히들 아이를 갖고나니까 이제야 좀 뭔가 어른이 된거같아라고들 말하곤 하는데 어떠신가요.
지민:
제가 어떤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 “당신에게 아이란 뭐냐”라는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그분이 기대한 대답은 ‘보물’, ‘소중한 존재’ 이런거였어요. (웃음) 계속 그렇게 예를 들어주시더라구요. (웃음)
물론 굉장히 좋아하게 됐어요. 이 친구가 제 삶에 없는게 되게 싫을거같아요.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낳기 전에 들었던,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 키우기 너무 힘들다. 이 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엄청난 괴로움과 다른 엄청난 즐거움이 있는거같아요. (웃음)
말씀하신 그런 '아이를 낳고 어른이 된다', 이런게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이제는. 예전에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을 싫어했어요. 아닌 사람도 많지 않냐, 마더테레사 같은 분들은 아이를 안낳아도 저렇게 성인군자인데.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어쨌든 자기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를 돌보는 일 자체가 약간 자기를 성장시키는게 있는거같아요.
관객: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키우고 싶으신가요.
지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크면서는 계속 고민되는 문제일거같아요. 제가 선택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철:
의식적으로는 뭔가 그 아이가 자기 자신의 상태를 잘 세워나가고 갖추고 그렇게 커갔으면 좋겠는데.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저희 다큐영화가 상영된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표를 달라고 그러시는거에요. 가족들 다 데리고 간다고 한 스무장 달라고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데리러 갔을 때 그 말씀을 하시는데, 겁이 났어요. 이 사실을 알면 안된다. 두려운거죠, 아이를 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까봐.
이제는 그거하고 싸우는 일이 많은거같아요 제 안에서. 다른사람들이 제 아이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되서 어떤 차별들, 이런것과 맞부딪쳐야 하는 그게 이제 시작된거같아요.
요즘에는 무슨 생각이 드냐면 일단 ‘결혼’이다 ‘동거’다 이거를 떠나서 ‘같이 사는’ 문제인거 같아요.
혼자사는게 참 편하고 마음이 좋은데, 이 친구랑 같이 살게 되면서 많이 불편했고 적응해나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되는게 있죠. 그런데 여기에 한 명이 더 끼어들었는데 지금 말도 안통하는. (웃음) 무리를 지어 사는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혹시 둘째 계획이 있으신지.
만약에 또다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뜻밖에 둘째를 갖게 된다면 이번엔 반갑게 ‘웰컴’할 수 있으실지 궁금해요.
지민:
제가 아이를 낳을 때 아팠던 걸 사실은 다 잊어버렸어요. 그런데 그 때 제가 써놨던 게 있더라구요. “이 고통을 절대 잊지 말아라” (웃음) 제가 진통의 와중에 이렇게 적어놨던게 있어서.
임신했던 과정을 좀 더 즐길껄 하는 그런 아쉬움은 있어요. 그 때 너무 영화를 만들거나 이 아이에 대한거나 결혼, 이런거에 대한 고민만 많이 해서. 사실 제 신체에 정말 큰 변화였는데. 가슴도 되게 커지고 막 (웃음) 되게 신나는 일이었는데 그걸 너무 못 즐기고 그게 아쉽긴 했어요.
그렇지만 다시 임신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정말 더욱더 열심히 피임률 100%를 위해서 달리고는 있는데, 제가 논문을 보니까 100%인 피임방법은 하나도 없더라구요.
하여튼 노력은 하고 있고, 네 혹시라도 둘째가 생긴다면... (웃음) 네 그 때는 저희한테 카메라를 들이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게 최소한의 보호가 아닐까.
지영:
맞아요, 정관수술 해도 둘째를 낳은 가족을 본 적 있어요. (웃음)
관객:
이 영화의 주제가 비혼이라면, 결혼식을 안했을 뿐이지 아기를 낳고, 같이 살고, 부모님과 부모님이 만나고, 관계를 맺게 된게 결국 일반적인 결혼생활하고 어떻게 다른건지.
지민:
저희도 동거를 할 때부터 많이 했던 고민이에요.
우리는 비밀스럽게 했던 것도 아니고 친구들한테도 같이 산다고 다 얘기를 했었고, 부모님한테도 같이 살겠다고 얘기를 한거여서 그런식의 흔히 말하는 결혼이 둘이 단순히 같이 사는 그런 문제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 같고.
저희가 거부하려고 했던 것은 ‘남편’으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 ‘며느리’로서의 역할, 이렇게 정해져 있는 그 역할을 거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가 <두 개의 선>을 개봉하면서 여러 매체에서 얘기해준 것 중에 고맙게 봤던 기사중의 하나의 제목이 “하지 않을 권리를 허하라” 였어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뭔가 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조차 너무 사치이고, 또 그러한 것들이 존중되기 어려운. 그런 얘기를 써줬는데.
사실은 이 영화가 소재가 결혼이긴 하지만 자신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갈 거냐 그것을 정말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혼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제 친구들도 결혼을 하고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그런 정해진 성역할대로 살지 않으려고 굉장히 애쓰면서 사는 친구들이 많고. 예를 들면 ‘출산파업’처럼, 이걸 이렇게 해야만 이런 제도들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아이를 갖고 싶은데도 안낳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좀 사회에 균열을 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저희가 굉장히 ‘투사’라서 그랬다기보다는,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고 선택인데 그냥 한번 시도를 해본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지영:
지금 현재의 모습이나 촬영된 모습에 대한 평가보다는 저는 삶의 태도의 문제인거같아요.
지금 결혼을 했고 안했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 때문에 이 영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균열을 내는 것에 '애써서 해야한다'는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저도 사실 이십대에, 서른 두 살에 결혼을 했지만, 결혼에 환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결혼을 했지만 결국은 굉장히 진부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쨌든 제도 안에 들어갔을 때 그 전에 대단히 상투적이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을 보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제 자신이 정말 헛똑똑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여기 지민감독님이나 이철씨가 했던 이런 과정과 태도, 이런게 없다면 정말 그런 상황들을 폭풍처럼 맞을 수밖에 없다는거죠 우리가. ‘우리가’라고 말한 이유는 특히나 여자분들이 그런 더 면에서 많이 불리하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이 과정이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지민:
지금은 그냥 단순하고 그저그런 이야기로 이 영화를 잊으시더라도, 언젠가 자기가 어떤 선택을 할 순간에 놓였을 때 한번쯤 생각이 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부지영감독님과 함께한 <두 개의 선> GV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GV가 계속 있을 예정입니다.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면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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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해야하는' 결혼에 대해 미처 의문을 품어보신 적이 없는 분들
'조금은 다른 삶'에 대한 고민을 지닌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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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Contact
Twitter.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docu2sun
시네마 달 @cinema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