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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38. 가편집

제대로 마무리를 못한채 파일 익스포트를 하고 있다. 결과물이 별로더라도 마감은 지키자주의. 일단 한텀 멈춰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흩어진다. 촬영할 때 흔들렸던 마음 그대로다. 확신할 수 없었던 씬들은 여전히 그렇다. 결혼이라는 화두와 육아라는 현실. 두 가지를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중심이 흩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야기의 중심이라는 게 애초에 없어서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불안하다.

내레이션을 잘 쓰고 싶다. 자리를 메꾸고 없는 화면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꼭 그것이어야 하는 적확한 내레이션. 한번 곱씹고 싶은 이야기들을 넣고 싶다. 그런데 지금 써 놓은 글들은 줄거리를 쫓는데 급급하다.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게, 그렇게 하고 싶은데. 글은 사람을 닮으니 쉬이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작년 1월 한창 여성영화제 피칭에 낼 기획서를 작성하고, 부랴부랴 친구와 작업실을 구했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아이가 나왔고, 산부인과에서 중환자실로 옮겨다니며 봄이 다 갔고, 아이에게 적응하느라 여름이 다 갔고, 감기와 장염으로 시달리는 아이를 보살피느라 가을이 다 갔고, 정신없이 편집을 하다보니 다시 1월.
이 작업을 마쳐야 비로소 새해를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마지막 장면으로 쓰고 싶은 장면이 있다.
1월말쯤 촬영을 하려고 한다.
잘 하고 싶다.
촬영도, 그 공간에서의 내 자세도. 가만히 감사인사하고 올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