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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지민, 2010)
* '태준식' 다큐멘터리 감독의 글입니다 :)
삶의 가장 큰 환희와 고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이 하필이면 좋은 삶의 형태를 꿈꾸고 유지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의 순간과 맞닿아 버리면? 여기 그 충돌하는 시간을 그려낸 다큐멘터리가 있다. 아니, 충동일지 모르나 기실 더 단단한 사람으로 가기 위한 시간이었음을 그려내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두개의 선>
<두개의 선>은 비혼을 꿈꾸어 왔던 두 젊은이가 동거와 임신, 출산의 시간을 지나며 겪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쫓아간다. 어떤 바람을 갈구하고 설파하기보다 그 바람의 연원을 찾아들어가고 흔들리는 실패를, 또는 카메라를 향한 넋두리와 자기고백을, 철없어 보이지만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춤을 추어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미래의 삶에 대해 어떤 선언보다도 강인한 의지를 속삭이며 공감의 주억거림을 획득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이미 단단해져서 쨍하고 깨질 거만 같은 차가운 얼음이 아니라 몽글 몽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어디로 흘러내릴지 모를 뜨거운 용암 덩어리와 같다.
(...중략)
중간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 맞춰 이 연인은 춤을 춘다. 그리고는 하얀 눈밭 위에서 그들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이 체제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최소 단위. 즉 가족의 형태를 만들기 위함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연인은 자기들만의 결혼을 상상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즐길 줄 안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아픈 아이의 부모가 된 이 연인은 비혼의 원칙을 버리는 결단을 내린다. 어쩔 수 없음이라 보일 수 있겠으나 새로운 우주가 작은 아파트 안에 갑자기 생겼으니 둘만의 관계에서 형성된 생각과는 다른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거실 빨래 건조대에 모여 옷들을 정리하는 이 가족(이상하게도 이 작품에서는 옷과 관련된 상황이 많이 나온다.)의 모습 위에 감독의 바람이 흐른다. 그 바람은 불안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 또렷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지민과 철, 그리고 강이의 그 찰나와 바람이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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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결혼 다큐멘터리 < 두 개의 선 > 작품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