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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하지 않고자 하는 욕망을 허하라
‘선을 넘다’ 경계를, 한계를, 혹은 금기를 넘는 것을 의미하는 관용구가 현실에선 얼마나 어려운가. 다큐멘터리 <두 개의 선>은 임신 테스터 위 두 가닥 선을 보고 굳어버린 남녀에서 시작된다. 이 영화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선에 걸려 넘어진 이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연애를 시작한지 10년, 연인이자 룸메이트로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던 지민과 철의 일상에 붉은 선 두 개가 그어졌다. ‘아이가 생긴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절망했었다’고 지민은 고백한다. 테스터가 불량이길 바란 건 준비하지 못 한 임신이라서만은 아니다. 둘은 미혼이 아닌 비혼을 선택한, 즉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하지만 임신 소식을 전하자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이 “그럼 이제 결혼해야지”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누군가는 “이렇게 이기적인 애가 있냐?”고 누군가는 “결혼 안 하고 애를 갖는 건 부도덕한 짓”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감독과 대학 시간강사, 충분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은 경제적 상황이지만 미성년도 아닌 서른 넘은 어른들이건만 결혼하지 않고 부모가 될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
(중략)
아기가 생기면서 지민과 철의 관계는 붉은 두 줄로 그어지며 부정당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선에 걸려 자빠진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서 예전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래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고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망과 선택은 쉬이 긍정된다. 반면 결혼을 하지 않을 권리,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 취직하지 않을 권리같이 무엇을 하지 않고자 하는 욕망은 불온하고 위험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사회와 시스템을 위협하는 건 이것 아니면 저것,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게 강요하고 보편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 이들이 실체 없는 패배감을 학습하게 하는데서 비롯된다. 지민과 철의 어떤 시도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하라고 강요받는 젊은이들이 때로는 하지 못 해서 때로는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모습에 카메라를 가져간 반이다는 우리 안에 삐죽 튀어나온 욕망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고르게 깎으려고만 드는 세상에 평균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해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이 흥미로운 질문과 선을 넘고자 하는 도약이 계속되는 한, 패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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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Contact
Twitter.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docu2sun
시네마 달 @cinema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