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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45. 다시...

여성영화제에서 두 번의 상영을 했다. 벌써 마지막 상영을 한 지 3주가 지났다. 예상보다 많은 관객들이 있었고, 상영마다 입술이 바짝 마르던 나도 조금은 여유를 찾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편집을 해 보려고 한다.

처음엔 상영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 처음의 기획의도를 다 가져가지 못했다는 미진함과, 영화 속의 내 삶이 어쩔 수 없는 타협을 했다는 것이 창피하고 싫었다.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상영을 하면서 조금은 영화 속의 나를 분리시킬 수 있었고, 출연한 친구들이- 자신들의 모습이 오해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았다고 말해준 덕에 힘을 받았다. 관객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눠주려 했던 것도, 물론.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밟혔다. 가이드 내레이션과 녹음본이 길이가 달라 컷 조절에 실패한 것, 막판에 마지막 장면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것, 밀리듯 넣은 인서트 화면... 이런 것들은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도,  가편 시사회때부터 계속 지적받았던 '내 입장'- 비혼에 대한 것이든 이후 선택에 관한 것이든-의 부재는 뼈아팠다. 그게 왜 편집에서 눈에 보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크게 보였다. 어느 시공간에서 빠져나와 보는 건 정말 중요한 경험이구나 싶을 정도로.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한다. 무엇때문에 관객들이 즐거워했는지, 무엇때문에 불쾌해했는지를 명확하게 모른다. 그래서 어느 부분을 손을 대야 할지 어렵다. 그리고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엄두가 안 난다. 편집과 집안일만을 반복하던, 그래서 그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꽉꽉 차있던 때에서 나는 이미 벗어났다. 다시 돌아가려면 몸을 만드는데에만 몇주가 걸릴 것이다. 그그제까지는 5월부터 시작해야지했고, 어제부턴 다음주부터가 되었는데, 다다음주부터는 새로 시작하는 강의가 있고, 6월이면 다른 작업에 결합하게 될지도 모른다. 몸을 긴장시켜야 하는데 자꾸만 퍼진다. 동목이는 점점 어린이가 되고 있고, 그 아이와 노는 게 다른 일들보다 재미있다. 그 애를 두고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상영을 마치고 생각을 정리하는 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직도 머리는 정리가 안 된 듯 싶다. 그래도 다시 해야지, 라는 다짐용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