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과 함께 하는 '아슬아슬 연애상담소'
리얼 연애 다큐 & 안티-결혼 다큐
< 두 개의 선 > GV 후기
일시 : 02/17 (금) 20:00
진행 : 칼럼니스트 박사 (『여행자의 로망백서』 ,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 『나의 빈칸 책』 외)
참석 :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주인공 이철
칼럼니스트 박사와 함께 한 '아슬아슬 연애상담소' GV!
그 현장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박사:
기왕 이렇게 된 것, 부조금 걷기 위해서 식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웃음)
지민: 저희의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고 있어요. (웃음) 정말 땡전 한 푼 없고 마이너스 통장일 때 그 때 하는 걸로 남겨두자 그렇게 얘기 했었는데 (웃음) 그 때 가면 너한테 돈 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그래서 (웃음) 네, 아무튼 계획은 없어요.
박사:
보험이로군요 일종의. (웃음)
박사:
이 과정들이 철님에게야말로 참 쉽지 않은 과정이었겠다라는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많이 하게되더라구요.
그래서 영화가 본인의 생각을 많이 반영했는지, 아니면 어떤 다른 생각이 있으셨는지 궁금했어요.
철:
글쎄요,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요. 그냥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일단 아이를 낳게 되면 이 친구가 크게 변하지 않을까 그게 불안했습니다.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자기 인생을 못살게 되면 어떡하나 이런 불안감이 컸구요.
그래서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보겠다고 얘기했을 때 이런 상황들을 표현하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라는 문제, 출산과 그 이후의 민감한 그런 것들로 인해서 뭔가 자기가 지향하는 바에서 벗어나는,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있었죠.
박사:
영화는 마음에 드셨어요?
철:
뭐 영화는, 애초의 기획단계에서는 지금 나온 상태보다 좀 더 논리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와 제도 바깥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초점을 맞췄었죠.
그런데 저희가 실패를 하게 되면서, 실패하는 이야기로 만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애초의 기획의도와 지금 나온 결과물 상태를 바꿀 때 굉장히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해놓은 얘기가 있어서 (웃음) 제가 여성영화제때 그런 꼬락서니를 보였는데 (웃음)
박사:
영화에서 굉장히 감동적인 장면이었는데 (웃음)
철:
실패한 이야기를 만들면서 실패했다는 걸 스스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서 찾아오는 어떤 해방감 같은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만족합니다.
관객:
앞으로 아이로 인해 두 분이 각자 살고 싶은 각자의 삶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지민:
아직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은 부모가 불행하면 아이도 불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저희 엄마가 이혼하고 싶은데 이혼하지 않은 상태를 오래 유지했어요. 그게 저한테 준 상처가 컸어요. 어떻게 보면 더 빨리 이혼했으면 더 빨리 극복했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있고. 주변의 친구들이나 자란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에게 뭔가 미안해한다거나 혹은 내가 너를 위해 내 삶을 바꿨어 이런게 더 안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제적으로 못해주는 것보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제 삶의 부분을 최소한 저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하루 한시간이라도 가지려고 노력을 하고, 애를 위해서 뭔가 희생한다는 생각을 안하려고 영아들은 어린이집 잘 안보내는데 어린이집 보내고, 좀 각자의 삶을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얘가 커서는 분명 불만을 말할거고, 너같은 엄마 때문에 이렇게 살았다는 말을 할 날이 곧 올거같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관객:
혼인신고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으시다면.
지민:
사실 혼인신고를 하고 안하고가 큰 전환점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영화속에서는 그렇게 나오지만 저희 삶에서는 정말 종이였으니까.
그것 때문에 많이 바뀐건 없는데, 행정적으로 간소화된건 있어요. 그 전까지는 저희가 주민등록상 동거인이었는데, 지금은 부부가 됐으니까 그런걸 처리하는 데 좀 더 편해졌고, 저희 아이가 보육료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거 할 때도 간단하게 주민등록 등본이랑 뭐만 내면 되는 행정적 간소화가 있고.
생활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뭐랄까, ‘일코’가 좀 쉬워졌어요. (웃음) 누가 봐도 아빠고 누가 봐도 엄마고 우리 아이니까, 한명씩 가서 말해주지 않는 이상은 그냥 무난하게 아이 이름을 물어보고 아 누구 엄마, 누구 아빠라고 불리는 일들이 많아졌고, 동네에서는 오히려 그런것 때문에 많이 편해졌죠.
사회적인 시선에 있어서는 많이 편해진거 같은데 그래서 조금 고민이에요. 저희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영화를 보러 오시겠다는데 그게 아이한테 좋은 일일까. 지금도 약간 좀 특이한 부모라고 생각하시고, 그분들 생각에는 무관심한 엄마와 자상한 아빠, 실상은 전혀 그렇진 않은데 (웃음) 영화를 보고나시면 그런 편견이 더 심해질거 같아서 (웃음) 그런게 좀 고민이에요.
박사:
사실 편하다는건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문제의식을 좀 무뎌지게 하는 부분도 있는거잖아요.
그래서 이후에 다른 작업을 계속 하실텐데, 이후에 어떤 결혼의 문제, 가족의 문제같은 것들을 계속 고민으로 가져가실 계획이 있으신지
지민:
사실은 그런 고민들을 계속 하려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아이가 커가면서 또 여러 가지 저희가 선택해야 하는것들이 많아질것이고, 그럴때마다 이걸 한번씩 떠올려보면 조금 더 생각이 넓어지지 않을까, 말씀하신 그런 무뎌지고 편해지는걸 조금 방지하려고 기록을 해놓은 셈이 되는 것 같아요.
원래는 처음에는 그런게 있었어요. 결혼을 안하겠다고 이 친구(철)에게 말 할 때도 그런 제도 속에 들어간 다음에 거기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안들어가는게 최선이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어디 가면 되게 잘하려고 해요. 며느리가 되면 며느리로서 되게 잘하고싶어하고, 약간 '착한여자 컴플렉스'같은게 아주 조금 남아있어서, 그런걸 안하고 싶어서 사실은 계속 선언처럼 계속 해왔던 거였는데, 안되고 나니까 그런 실패의 기록을 남겨놓고 나니까 오히려 조금 여유있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거같아요.
꼭 이게 다 이렇게 무너지거나 이렇게 되는건 아니구나.
관객: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새로운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느꼈거든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내가 겪은 사회적인 불편함이나 불리함을 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으니까 나도 또 어쩔 수 없이 기성세대로서 이게 더 낫다고 강요하게되는 순간이 올거라는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과정들이 보면 저희의 부모님이, 또 부모님의 부모님이 해왔던 과정이거든요.
아이를 키우면서 좀 자유성을 주면서도 어느정도 교육도 필요할텐데, 두 분의 교육철학 같은걸 듣고 싶어요. 지금 생각이 어떠신지.
지민:
새로운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만약에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내가 해봤으니까 이런게 좋은점도 있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건 실패한 얘기고 그 실패를 통해서 실패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갈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아이에게 시행착오를 안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사람이 겪는다고 다 아는건 아니지만, 신체적으로 안전하게 키우는 건 되게 중요한데, 미리 제가 겁내서 못하게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맥락 때문에 저희 어린이집 선생님이 저를 무관심한 엄마라고 하시기도 하는데 (웃음) 저는 아직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가능하면 그 아이가 겪을 수 있는 건 겪기를 바라요.
철:
아이가 태어나면서 저희가 알게된 것 중에 굉장히 중요한게 잇어요. 이게 실패한 얘기라는 것과도 연결이 되는데, 아이를 통해서 특히 여성의 몸에 작동하는 기제에 대해 죄책감을 유발하는게 굉장히 많이 있더라구요. 굉장히 많아요. 거의 모든 순간- 아이가 태어나고 아프고 거의 일년간은 그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과정이었죠.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뚜렷이 부각시키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그 죄책감- 그래서 요즘 생각하고 있는게 어떤 죄책감이 들 법한 맥락에 놓이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친구한테도 그렇고 아이한테도 그렇고 저 또한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특히 앞으로는 제가 많이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 앞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안좋은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때 제가 그것을 정당화시키는 방법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 '내가 이 집을 위해 희생한다' 이런 논리가 동원될거란 말이에요.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끼지 않고 그런 식으로 정화시키겠죠.
이 시스템에 대해서 요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박사:
사실 영화에서 보면 그런 얘기가 나오잖아요. 너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
사실 비혼이라는건 그런 얘기를 들을 가능성이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살고싶고, 같이 지내고 싶고,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 욕망은 이루면서 의무들- 며느리로서의 의무, 사위로서의 의무 같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의무는 피하겠다는 얘기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이기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인정을 하는데, 하지만 이기적이면 안될건 없잖아요. 이기적이면 어때요 (웃음)
지민:
전 지금까지 그걸 변명하느라 되게 애써와서 (웃음)
박사:
그런 것,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나를 비롯하여 내 주변 모든 사람들, 내 아이까지도 포함하여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 나가는게 살면서 놓지 말아야 할 지점이 아닌가 해요.
그런 것만 생각을 한다면 사실 결혼이든 비혼이든 이건 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칼럼니스트 박사님과 함께한 <두 개의 선> GV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GV가 계속 있을 예정이니까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면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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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해야하는' 결혼에 대해 미처 의문을 품어보신 적이 없는 분들
'조금은 다른 삶'에 대한 고민을 지닌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두 개의 선> 보러 오세요!
지난 GV 보기
****
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Contact
Twitter.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docu2sun
시네마 달 @cinema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