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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07. 카메라 안의 지민

촬영을 했다. 아침 일찍 나가서 지민 아파트 주변을 스케치 하고 싶었지만, 며칠 몸을 혹독하게 대한 탓에 늦게 일어났다. 핑계? ㅎ 전철 안의 빛과 버스 타고 가는 길에 보이는 울긋불긋한 산을 촬영하고 싶었다. 지민과 같이 나오는 길에 꼭 촬영하리라 마음 먹었다. 근데 촬영할 때는 빛이 약해져서 좀 별로였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촬영인데 뭘 담으면 좋을까? 쉬엄 쉬엄 재밌게 촬영하자고 말은 했지만, 아직은 촬영할 때 조금 막연한 느낌이다.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는 지민 본인도 아직은 어색한 것 같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이 조금 보인다. 그 의식하는 모습까지 가만히 담으면 좋으련만, 나도 카메라 속의 지민이 어색해서 그런 순간에는 카메라가 여지 없이 흔들린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과 등장하는 사람의 관계로 생각되기보다는 아직은 같이 제작을 하던 동료로 먼저 생각이 된다. 그래서 촬영을 하면서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의논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연출자가 출연자이고, 출연자가 내 동료이다. 뭔가 복잡하지만 이럴수록 단순해져야 한다며 촬영자 모드로 전환하려고 애쓴다. 잠깐만 기다려줘하고 후다닥 뛰어가서 자리를 잡고 촬영을 하는 것까지 드러내고 싶지만, 조금 더 빠져서 촬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재밌게 촬영하고 싶은 연출의 바람과 달리 혼자 너무 진지한가 싶기도 하고.

베란다에 들어오는 빛을 촬영했다. 구름이 이동하면서 빛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데, 그게 지민의 요즘 마음이 아닐까 짐작하면서 보고 있었다. 조용한 집에서 외출하기 위해 움직이는 지민의 모습. 역시 삼각대는 좋은 것이다. 갑자기 삼각대 예찬 ㅎ. 카메라를 의식해서 한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고 있던 철분을 보여주는 지민. 지민의 임신이 여전히 현실감있게 다가오진 않지만, 어느 순간 화악 느껴질 때가 있다. 지민은 훨씬 자주 느끼겠지? 그런데 어떻게 그런 느낌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교육장으로 향했다. 교육을 하기 전에 십여분 정도 인터뷰도 하였다. 교육을 할 때 참여자들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신도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담아보겠다는 지민. 많은 고민 끝에 내뱉는 것 같은 지민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니, 왠지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담담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