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딸기

딸기를 사와서 먹었다. 며칠 전에 만원이던 딸기 한 팩이 3500원이길래 사왔다. 조금 짓물러있는 것들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맛이 좋았다. 내가 딸기를 사와 먹었단 얘기에, 멀리 가 있는 룸메는 '너무 전형적인 임신부의 모습'이라며 웃었다. 임신 전 나라면 딸기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 팩의 딸기 중 단 한 개만 동생을 주고 나머지를 모두 내가 먹어치웠다. 우걱우걱. 딸기는 맛이 있다.

월요일에 아빠에게 노트북 삥을 뜯었다.
노트북을 사주겠다는 아빠에게 됐다며 낭비라고 말해놓고, 월요일엔 전화를 걸어 쫄래쫄래, 노트북을 얻어냈다. 새 노트북은 정말 예쁘다. 마음에 쏙 든다. 덕분에 이렇게 저렇게 셋팅을 해 놓고 미뤘던 작업도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나는 언제까지 부모의 삥을 뜯을 것인가...

월요일에 아빠랑 한참 길을 걸었다. 내 짐을 아빠가 다 들고 걸었다. 걸음걸이가 뒤뚱거리기에 다리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평소에는 이런 속도로 걷지 않아서 맞추느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부녀가 함께 뒤뚱거리며 북창동길을 지나 광화문을 지나 한 시간 남짓을 걸었다. 대학로 근처 가게에서 김치볶음밥과 생과일딸기주스를 함께 사 먹었다. 딸기주스는 조금 싱거웠다. 아빠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것을 물었다. 내가 임신했다고 해도 아빠는 늘 뭔가 데면데면한 느낌이었는데,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군, 싶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보살핌 속에서 지내고 있다. 고마운 줄 알아야한다. 쩝.

나짱의 힘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제밤에는 룸메도 태동을 느꼈고, 오늘은 동생냥도 태동을 느꼈다. 발로 뻥뻥 차대고 있는 걸까. 뱃속에서 방구가 터지는 느낌같기도 하다. 뻥뻥.

딸기가 또 먹고 싶다. 우유에 넣고 갈아 딸기라떼- 한 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