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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휴식이 필요해

가끔 몸을 일부러 학대할 때가 있었다. 아픈 것이 그 학대의 결과로 나타나면, '봐, 나 이만큼 힘들다고' 하며 으시댈수도 있었다. 아기가 생기고 나는 나의 몸을, 어쩔 수 없이 소중하게 대해야 했고, 나는 비교적 건강하게 지난 5개월을 보냈다.
어제는 참 힘든 날이었다. 몸이 힘들었고, 지하철에도 사람이 너무 많았고, 뭔가 끈이 끊어진 듯한 관계들과 부딪쳤으며, 추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올 겨울에 처음 보는 첫 눈이었는데, 첫 눈을 보면 담배가 피고 싶기도 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다. 자리에 누워서도 계속 눈물이 났다. 배를 어루만지며 너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고 자꾸만 우는 못난 엄마라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아침엔 일찍 나가야했고, 일찍 잠이 들어야했지만 몇 번씩 잠에서 깨며 힘든 밤을 보냈다.
몸과 마음에 부담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시하고 아침에 길을 나섰다. 한편으로는 일부러 내버려두었다. 차라리 몸이 아프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점심식사를 하고 눈이 반쯤 감긴 채로 광화문 거리를 걸으며, 잘못했구나 싶었다. 무서운 생각들이 들었고, 자꾸만 뭉치는 배를 어루만지며 잠시 잠을 청했다. 무리인 줄 알면서 저녁약속에 나갔고, 12시 넘어 집에 들어와서는 결국 먹은 것들을 다 게워냈다. 토하고 나니 조금은 개운하다. 속상했던 마음들까지 같이 토해버린 것 같다. 여전히 발길질을 신나게 하고 있는 녀석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있는 룸메는 조금 밉다.

밀린 일이고 뭐고 내일은 실컷 자고 누워서 뒹굴거려야지. 나도 너도 소중하게. 멍청하게 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