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작일기

16. 오랜만에 제작일지

<두 개의 선> 작업은 하루에 개미오줌만큼씩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머나먼 마감이라고는 하나, 어느새 분명 코앞에 닥칠텐데 걱정이다.
테잎 녹취부터 차근차근 해야 하는데, 젖을 물리는 나에게 자유시간은 너무 짧다.
게다가 오늘처럼 우는 아기를 안고 졸만큼 힘든 날에는 더더욱.
여성영화제 피칭 기간에 영진위, 영상위의 제작지원 모집이 있었는데 둘다 놓쳤다.
만들어놓은 기획서가 있었는데 내지 못한 게 아깝다. 그 땐, 작업도 하기 싫고 이것저것 다 귀찮고 싫다며 투정부리던 때였다. 조금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참 멍청한 짓이다. 역시 이래서 프로듀서가 필요한거? ㅎ
뒤늦게 AND는 겨우 접수했지만 이도 어찌될지 모르는 일. 다른 알바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제작비 마련이 절실하다...휴.

작업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워밍 시간이 필요하다. 찔끔찔끔 끊어지는 게 아니라 기계를 돌리듯 돌려서 흩어진 생각과 고민들이 슬슬 연결돼줘야 한다. 이전에도 그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었는데, 이번엔 워밍 시간을 갖기가 어려우니 그도 고민. 구성을 분명하게 가져가면서 촬영을 진행하고 싶다. 지금은 화자를 누구로 해야 할지도 갈팡질팡하는 중.
나는 구성안을 쓰는 게 재미지다. 비록 다 쓰고 나면 보잘것없고 뻔한 이야기가 되기 일쑤지만, 쓰는 동안에는 이것저것 붙여넣어보고 생각들을 놀게 하는 게 좋다. 파격적이거나 멋진 구성안은 못 써 봤는데 이번엔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해 보고 싶다. 가능할까?

아기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되면 어떨까?(마이키이야기처럼 ㅎ) 그럼 이 영화의 기획의도를 얼마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들이 사는 모습, 사실 룸메와 둘이만 있으면 애교작렬에 시트콤이 펼쳐지는데- 그걸 공개할 수 있을까? 아니 카메라 앞에서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을까?
우리말고 다른 가족들도 나와야 하는데, 얼마나 촬영할 수 있을까?
외부의 적대적 시선은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이번주의 할 일은 답 찾기. 재미지게 구성안 써 보기.

젖 먹이는 것도 '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