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 두 개의 선 >을 미리 접한 관객분의 리뷰입니다.
< 두 개의 선 >은 '제 16회 인천인권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었죠!
리뷰 원문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따라 가주세요 :)
[review] 원문보기 >> http://blog.naver.com/ecojustices?Redirect=Log&logNo=90128779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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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떠오른다. 그 대화가 무척 인상적이었던 건 이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의 혼인신고에 대한 대조된 반응이었다. 결혼이란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기 위한 저항을 담기 위해 시작된 다큐멘터리였을 것인데 그들은 혼인신고를 하고 사회에서 '정상'이라 불리는 범주 안에 들어간 가족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저들은 실패했다. 극장 안에 그들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외국인 관객들 (국적은 확인하지 못했지만)은 무척 놀라워했다. 아빠가 없으면 아이의 수술 보조금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국가에 제약을 받느냐고 반문했다. 아이와 자신, 아빠가 없이 둘만으로 구성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냥 우리는 둘일 뿐이지 제도적인 불이익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관객들은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왜 저들이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그들에게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저들의 결혼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영화관을 채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납득하지 못하는 외국인 관객들의 시선은 마치 이슬람 국가에서 스카프를 벗으면 시원하고 자유로운데, 답답하게 관습에 따라 몸을 가리고 살아야 하는 여성을 보며 이해할 수 없는 시선처럼 느껴졌다.
비록 우리가 살아가는 가족은 한부모 가족, 조손 가정, 게이 가족, 레즈비언 가족, 독신 가록 (혹은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지만 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가족'이라고 인정받기가 어렵다. 결혼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엄마+아빠+아이'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라면 가족임을 증명할 수 없으니 말이다. 가족법에서 말하는 의무나 책임이 모두 결혼을 전제로 하며, 결혼 관계가 아니면 상속재산 분할 등에서 보장이 안 된다. 결혼 제도안의 가족이 아니라면 파트너가 아파 병원에 가도 보호자 구실을 할 수 없으며, 국가가 보장하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상가족이 괴길, 결혼 제도 안으로 들어가길 강요받으며 결혼제도 안의 가족이 되지 못한 삶은 소외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동성커플,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 결혼한 가족의 범주에 있는 삶을 부족하고 미완성되어 삶을 살아간다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한 가족'이 보편의 삶이라 여겨지는 사실이 이 땅을 살아가는 얼마나 많은 생에 상처가 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우리에게 삶을 판단하는 기준은 나 자신이 아니라 국가의 사회적인 규범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보다는 사회에 정해진 삶의 형태에 맞게 살아가기를 강요받고 있다.
문든 생각해본다. 우리도 다르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을까? 수많은 인간들이 태어나도 누구 하나 눈, 코, 입 똑같은 사람 하나 없이 다 자신의 고유성을 지니고 태어나는데 어떻게 우리는 이성애자들의 결혼한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한 가지의 삶의 형태에 속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하다보니 저들의 무모했던 비혼 저항이 무척 귀하게 느껴진다. 저들은 비록 비혼의 삶에 실패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깊게 가부장제 형태의 가족, 결혼의 시스템에 예속되어 있는지 일깨운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삶의 고유성이 보장되고 있는가. 우리에게도 결혼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가.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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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결혼 다큐멘터리 < 두 개의 선 > 작품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