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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웅얼웅얼

배가 아픈 시간이 늘어났다. 재채기를 하다가도 땡기고 누워있다가 일어나도 아프고. 추석 연휴 내내 너무 뒹굴거리기만해서 인지도.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 속상한 일이 있어서 울다가 잠이 들었더니, 바로 악몽이다. 어제 꿈은 혼자 아이를 낳으러 버스를 타고 일산에 가는 내가 나왔다. 왜 일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신사역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 다음 장면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그 감촉이 생생했다. 의사가 들어오기에 '버스를 탄 이후가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라고 물었는데, 젊은 여자 의사는 내게 '아무리 배 속을 뒤져봐도 아기가 없었어요. 미안해요' 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내 품에 안긴 아이는 다른 사람의 아이라며 데려가버렸다. 일어나서도 한참이 기분이 이상해서 멍하니 있었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임신이 괴롭게만 느껴졌던 게 불과 몇 주 전인데, 사람의 몸이 뭔가 익숙해지는데 3개월은 걸린다더니 이제 변화가 익숙해진 건가 싶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초음파 검사를 볼 때마다 뭔가 녹화된 동영상을 내보내는 게 아닌가하며 의심했던 내 마음이 꿈으로 나타난 건가 싶기도 하고.
여전히 임신과 출산은 두려운 일이다. 현실감이 없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직 이야기를 덜 하기도 했고, 아직 눈 앞에 닥친 문제들은 별로 없어서 일 거 같기도 하다. 지금 문제들은 대체로 내 감정들에 관련되어 있고, 자꾸만 모든 면에서 자신이 없어지는 나 때문에 속이 상한다. 자식으로서도, 연인으로서도, 친구로서도 영 별로다, 요즘은.

오밤중에 침대서 기어나와 주절거려봤다. 요 며칠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왜 임신우울증에 걸리는지 조금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