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테잎 보기 작업실에 앉아 있는데 땀이 주르륵 흐른다. 밤이라 바깥은 시원하던데. 창문이 한쪽 뿐이라 바람이 잘 통하지 않나보다. 더운날. 이런 날 애 낳으면 더 힘들겠지? 어떤 일을 경험치로 환산할 때, 그 기준이 자꾸 출산이나 임신, 육아가 돼버린다. 그 전의 기억들은 잊혀지는 것인가.. 더우니 별 생각이 다 드네. 작업은 잠시 소강상태. 라고 하기엔 너무 쉬고 있다. 오늘은 촬영할 리스트라도 만들어보고자 피곤함을 무릅쓰고 작업실에 왔다. 넋놓고 있으면 시간은 금세 가버린다. 27분짜리 단편을 완성하는데 2년이 걸렸던 게 나다. 그 땐 테잎도 고작 19개. 그걸 못해서 미디액트로, 대방동 작업실로, 집으로, 애인 집으로 도망에 도망을 다녔었지. 이번엔 그럴 여유도 없다. 단디 맘먹고 해야 함. 그렇지만 자꾸 머릿.. 더보기 23. 이런저런 작업실에 못 나간지 좀 됐다. 한 텀 정도 고민을 정리했다고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서 인지 촬영횟수도 많이 줄었다. 아마도 이야기는 더 개인적이 될 것 같다. 결혼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그것이 나의 트라우마로 얘기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는데, 그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다. '될 것 같다'고 확신없이 말하면 안 되는데 그러는 걸 보면 여전히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듯. 제대로 얘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천천히. 촬영한 테잎을 보는 것이 재밌다. 다른 사람이 찍은 걸 보는 것도, 내가 찍은 걸 다시 보는 것도 좋다. 기억이란 참으로 이상해서, 그렇게 '객관적'으로 기록해놓지 않으면 있던 일도 없던 일이 되거나 어느 부분만 자르고 나머지 부분만 이어붙여놓기도 한다. 오래전.. 더보기 D+117 정신없던 한 주가 지나갔다. 수요일에는 대전에 있는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이어서 우리 세 사람 모두 아직까지 피로누적. 동목인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집중해주는 것이 좋았는지, 그 때까지 단 한 번밖에 보여주지 않았던 뒤집기를 자유자재로 선보이고 스스로 팔 빼기까지 성공시키며 박수를 받았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관심을 안 가져준거니? 사람들이 많으니 확실히 좋아하더라. 식당가면 젖 먹고 식사 나올 때쯤 잠들어서 편하게 외식도 했다. 일찍 올라올 예정이었는데 여차저차 두 끼 먹고 12시 넘어 집에 도착. 원래 9시에서 10시 사이면 잠자리에 들도록 훈련(?)을 했던터라 아기가 많이 힘들어했다. 그 다음날부터 똥이 계속 안 좋아서 내 걱정레이다를 치솟게 만들었고, 결국 오.. 더보기 D+110 다시 화요일. 어제 너무 고된 청소를 한 탓에 몸이 녹초가 된 채 잠들었는데, 동목이도 아침부터 마구 보챘다. 평소에 이렇게까지 보채는 녀석이 아니라서, 먼지 때문인지, 에어컨 때문인지, 어젯밤에 내가 마신 맥주 한 잔 때문인지 걱정에 걱정을 하다가 오후에 좀 잦아들어서 그만 걱정하기로 했다. 근데 또 팔다리에 거칠거칠 땀띠때문에 또 걱정... 에휴. 화요일이라 아빠가 아기를 보러 또 왔고, 내가 삼계탕 먹고 싶다고 말을 흘리자, 토종닭을 사와서 백숙에 장조림까지 해 주었다. 덕분에 배불리 잘 먹고 잠시 작업실 출근. 동목은 울음의 소리가 점점 다양해져서 짜증과 배고픔과 심심함, 졸림 등이 구분이 되고, 잠투정이 심할 때 조금 토닥토닥해주면 갑자기 잠에 빠져든다. 앙앙 하다가 훅- 잠드는 게 신기하고 부.. 더보기 22. 산만함 아빠가 동목을 봐주는 사이 작업실에 나왔다. 우리의 아기보기 시간표는 2주 단위로 갱신되고, 참여하는 사람은 다섯 명이다. (홍보하자면 원하는 누구든 참여가능하나 최소 시간 4시간이며 4시간에 만원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ㅎ 최저임금의 절반수준;;) 아빠는 집이 멀어서 일주일에 하루 참여한다. 기저귀 가는 거 설명하고, 이래저래 잔소리 좀 했더니 그런 거 안 해도 다 잘 큰다고 궁시렁. 쳇. 지난주에 작업실 이름이 정해졌다. '오후출근' 같이 작업실을 쓰는 친구도 나도 오전에는 거의 못 나오는지라...ㅎㅎ 야간작업으로 하려다가 훈훈하게 오후출근으로 낙점. 다른데선 멋있어 보이게 그냥 오후,라고 해야지...여하튼 그래서 오늘 오후 출근을 했다. 테잎도 보고 책 작업도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프린터가 고장나.. 더보기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