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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하루종일 당신만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 엉엉 울었다. 그제 룸메와 싸우고 나서 쌓여있던 감정들이 폭발해 버렸는데, 그 때 내뱉은 내 대사가 지금 생각해보니 우습기 짝이 없다.
"엉엉엉, . 내 몸은 내 맘대로 안 되고.. 엉엉엉... 자꾸 배만 고프고... 엉엉엉.... 먹을 것만 생각하고...엉엉엉... 짐승같애...엉엉엉"
울음속에 담긴 진심처럼, 나는 무서울정도로 음식 생각에 빠져있다. 어쩌면 예전에도 그랬는데, 임신이라는 상황이 그 생각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음식을 많이 먹거나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음식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수시로 배가 고프다는 정도. 배가 고픈 걸 느끼기 시작하면 머리가 핑 돌고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된다. 뭐든 처묵처묵. 다행히 입덧 증상은 많이 사라져서 헛구역질이 나는 일은 없어졌지만,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먹는' 입덧이 남은 듯하다.

룸메가 만칠천팔백원짜리 요구르트 제조기를 샀다. 홈메이드, 라기보다는 불가리스 한 병과 우유 천미리를 사서 불가리스 천미리로 불리는 뻥튀기 같은 작업도구다. 뭐 그래도 양 늘리기에 의미가 있으니..허허. 아직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런 물건들이 늘어날 것 같아 두렵다. 나도 모르게 빵 반죽기를 보거나 슬로우 쿠커를 보거나 척척박사 냄비 등을 보고 있으니... 홈쇼핑 중독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단지 다른 점은 나의 통장에는 잔고가 0이라 중독이 될 수 없다는 정도?

어제는 아빠가 갈비를 가져다주었다. 지나가는 말로 룸메에게 소갈비를 먹고 싶다고 한 얘기가, 엄마를 거쳐 아빠에게 전달되었고, 내가 그 말을 한지 일주일이 지나 실제 갈비로 내게 돌아왔다. 조금 구워먹어봤는데 잘못 구운 것인지 약간 질겼다. 소갈비를 먹어본 적이 있어야지 원... 통째로 찜을 해 버릴까 생각중이다. 후룹.

요즘 자꾸 침을 흘리게 만드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쌀국수다. 숙주와 절인양파를 듬뿍 넣고, 레몬즙을 왕창뿌려서 엄청 새콤하게 만든 국물을 생각하면 또 침이 나온다. 자꾸만 먹고 싶지만 우리 동네에는 쌀국수집이 없고, 서울로 나가야만 한다. 게다가 집에서 만들기는 뭔가 어려울 듯한 그 포스. 아마 고기 삶는 냄새가 집에 퍼진다면 나의 입덧은 다시 시작될지도 몰라...아... 근데 또 먹고 싶구나. 쌀국수여... 국수 빼고 국물만 살 수 있는데 없을까? (여기까지 쓰고 바로 검색해서 찾아내고 결제했음... 잔고는 0원이지만 카드는 있다......;;;)

음식생각말고 좀더 생산적인 생각을 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구나. 오늘도 당신생각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