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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말하기

집에 우끼시네가 놀러왔다. 나의 몇 안 되는 오래된 친구. 이제 슬슬 친구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야지, 고민하던 차여서, 우울하다는 녀석을 냅다 집으로 불렀다. 촬영을 할까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꺼내기 머쓱해서 그만두었다.
한참 다른 이야기들을 떠들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했다, 만 왜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만 어쨌든 나는 또 울고 말았다. 외국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웃으며 말했는데, 아무래도 친구들에게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보다.
우끼시네는 '어떡해~'라며 함께 콧물을 흘려주었지만, 곧 '아기는 다 지 먹을 복은 타고 나는 거'라며 쓸데없는 걱정말고 잘 하라고 당부했다. 어쨌든 그녀에게도 쇼킹한 사건인 듯. 자기 친구들이 애 낳는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했는데, 내가 그 얘기를 하니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 지더랜다. 역시 결혼을 안 해서인가? 아니면 주변인에게 걱정을 많이 끼쳐왔기 때문인가?
울면서 얘기했어도 얘기하고 나니 시원하다. 얼른 얘기해주고 싶은 다른 친구들도 있는데, 촬영 때문에 계속 망설이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큐멘터리 따위 만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내심 마음에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 놈의 미련이 뭔지.

내일은 병원에 간다. 아니 조산원에 간다. 지난 번 의사 선생님도 좋았지만, 그냥 다른 곳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찾아가기 힘든 곳이라면 이번에 가보고 말아야지. 고운맘카든지 뭔지 그것도 받아야 되는데...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