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잠시 아기를 맡기고 작업실에 나왔다. 파일만 옮기고 바로 돌아가야 하지만 기분이 요상시럽다. 아기와 떨어지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참 편하기도 하다.
12시가 지난 지금은, 원래 나짱의 출산 예정일이다. 지난 3주가 정말 길게 느껴지는데, 이제 겨우 3주? 게다가 아기와 함께 생활하는 것도 너무 길고 긴 거 같은데, 이제 겨우 5일이 됐을 뿐이다. 시간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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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지난 지금은, 원래 나짱의 출산 예정일이다. 지난 3주가 정말 길게 느껴지는데, 이제 겨우 3주? 게다가 아기와 함께 생활하는 것도 너무 길고 긴 거 같은데, 이제 겨우 5일이 됐을 뿐이다. 시간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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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저기까지 쓰고 곧 아기가 깼다는 전화가 와서 집으로 돌아갔다. 모유수유를 하다보니 아기와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 아기가 잘 먹으면 괜찮은데 잘 못 먹으면 울적해져버린다. 어제 나를 작업실에 데려다주고 갔던 룸메는, 혹시라도 여기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갔다. 어제 울었던 것 때문에 걱정이 됐나보다. 지붕킥의 마지막 장면처럼,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요며칠 위로의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아마 그 때문에 울컥해서 눈물이 난 듯하다. 전화를 준 사람들은 대부분 아기를 키우는 사람들로, 괜찮다고, 힘들거라고, 우울증이 올거라고,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자꾸만 수다떨고 얘기를 해야한다는, 놀랍게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하지만 위로를 받으면 울고 싶어지는 걸.
산후우울증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인 것 같다. 육아 커뮤니티에도 꽤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데, 비슷한 감정들이라는 것에 서로 안도하고 응원해주는 덧글들도 많다. 나도 요즘은 하루 몇 번씩 그런 글들을 읽으며 위안 삼고 있다.
내일 모레가 여성영화제 피칭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업은 하고 싶지만, 여성영화제에 내년 상영작으로 만들고 싶진 않다. 아기와 적응하고 이 생활에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때 누릴 수 있는 어떤 것들을 마감 스트레스로 날려버리고 싶진 않아서이다. 며칠 눈물바람의 시작은 그 피칭팀의 누군가의 어떤 태도 때문이었고, 그런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참 싫었다. 뭐 준다는 사람도 아직 없는데 괜한 걱정이긴 하지만..ㅎㅎ 그날은 또 아기 외래진료를 받으러 일산까지 가야하고, 결국 나는 병원으로, 룸메가 피칭을 하러 가기로 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가벼운 맘으로 하고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