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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이의 하루/엄마의 기록

D- 45

날짜가 휙휙 지나간다. 내일은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날. 병원에 가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가도 막상 들어가면 별 얘기를 못한다. 룸메는 왜 그렇게 얘길 못하냐며 자기가 대신 이것저것 묻는다. 이제 정말 막달에 다가왔으니 알아야 할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지난주에는 경주랑 경진이를 만나고, 이번주 월요일에는 자영언니와 현숙언니를 만났다. 경주와 경진이랑은 거의 출산과 임신, 육아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언니들에게는 아기용품이며 육아책이며 이것저것 받아왔다. 하루님이 빌려 준 '여성학교'에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세계와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가 너무나 분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녀들을 만나고나니 정말 그런가 싶다. 아직은 경계에 서 있는 듯하지만, 곧 어느 한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기분이 요상하다.
오늘은 모 사이트에서 출산용품 구입리스트를 프린트했다. 이미 선물 받은 것들도 있고, 만들어 둔 것도 있어서 이리저리 체크해보고 다음주에 일괄 인터넷 구매를 할 예정. 리스트를 보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사는 게 점점 현실화된다는 게 느껴진다. 아기 물건을 놓을 공간도 확보해야 하고, 잡동사니들도 치워야 하고, 빨래도.... 유경험자들에 따르면 출산 2주전부터 빨래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세탁조 청소도 하라는데 아웅. 일단 고양이들을 잠깐 탁묘 보내고 집안의 털제거부터 해야 할 듯.
어제 고양이들 중성화 수술을 했다. 중성화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지만, 여하튼 했다. 전신마취를 하는 거라 집에 돌아와서도 헤롱거리는 애들을 보니 기분이 영 안 좋아서 룸메도 나도 잠을 설쳤다. 난 임신한 주제에 고양이들은 임신을 못하게 수술을 시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뷁. 미안하고 미안했다. 언능 기운을 회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