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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종종 노약자석에 앉는다. 여전히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신경이 쓰이지만, 허리가 너무 아파서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아직은 태클을 건 사람이 없다. 오늘은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신앙간증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묻는다. 학생? 아니라고 했더니, 다음 물음은 이거였다. 그럼 엄마야? 큭. 어쩐지 우스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 아니면 엄마일 수 밖에 없는 걸까. 여하튼 나는 엄마가 될지도 모르니까. 그 할머니가 준 팜플렛은 펼치지 않고 버렸지만, 기억에 남는 한 마디였다. 더보기
03. 카메라를 드는 타이밍 내가 나를 찍어야 하는 상황들이 생겨나면서, 카메라를 드는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있다. 그제는 룸메가 작은 방을 내 작업실로 만들어 주면서 도배를 했는데, 그 장면을 찍어야한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드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 그대로 놔두고, 가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만 카메라를 들고 있다. 그러니 역시 쓸 화면이 없는 것이다. 흠. 요리를 해서 밥을 먹고, 도배를 하고, 뭔가를 설치하고, 뭔가를 사러 가고, 사소한 일상들은 흘러가고, 나는 그 일상들을 함께 이야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늘 잊는다. 여기에 에피소드를 적어두는 것과 테잎에 녹화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그렇게 알고 알고 알고 있음에도. 그래서 CCTV를 좀 알아보았는데 워낙 정보가 없.. 더보기
잠을 잘 수가 없다. 입덧인지, 체한 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띵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머리 속이 이상한 건지 이글루스 음식밸리를 뒤적이며 음식점 사진들을 찾아보고 있는 나. 그야말로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이다. 막 울고 싶기도 하고 막 노래를 부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정확히는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게 지금의 가장 큰 문제. 물론 울렁거리는 속부터 안정시켜야겠지만. 오늘은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었다. 아침엔 엄마를 밥차리는데 부려먹었다. 오후에는 에리카를 만나러 나갔는데 그녀의 남편의 어머니와 시간이 겹쳤고, '한국식 어머니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 부부와 한국식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들의 .. 더보기
02. 압박 촬영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것들이 그냥 흘러가버리기만 하는 거 같아서. 그런데 카메라를 드는 게 너무 힘이 든다. 못난 내 얼굴을 찍기도 싫고 이야기하다가 카메라를 찾으러 가기도 귀찮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아이가 유산되는 꿈을 꾸었다. 생전 만나지도 않던 중학교 친구들과 수영장인지 목욕탕인지 그런데를 갔는데, 내가 옷을 갈아입으려고 벗자 내 흰 운동화와 바지에는 피가 가득했다. 다른 친구들이 생리하나봐라고 얘기할 때 나는 혼자 두려움에 떠는, 그런 꿈이었다. 아침에도 기분이 몹시 찝찝했는데, 아침 일찍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서는 정일우와 함께 로데오 경기를 하는 꿈을 꾸었기 때문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기획을 할 땐,.. 더보기
01. 두 번의 타로카드 임신테스트의 두 개의 선을 보기 하루 전날 타로점을 보았다. 아주 우연히, 타로를 연습한다는 한 친구에게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었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였다. 그걸 물었고, 그녀는 친절하게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그 일은 나에게 아주 좋은 일이 될 거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될 거라고 했다. 단지 지금 당장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보다는 조금 기다렸다가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 시작하는 쪽이 더 좋을 거라고 했다. 그 얘기가 참 좋았다. 용기를 주었다. 다른 일을 해도 된다고 하는 게, 그러면서 그녀가 전문이라는 연애점을 같이 보았다. 나와 오래된 연인에 대한 대부분을 맞췄고, 꽤 괜찮은 조언도 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우리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