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플러스 展_GV'
리얼 연애 다큐 & 안티-결혼 다큐
< 두 개의 선 > GV 후기
일시 : 03/04 (일) 15:30
진행 : 허경 프로그래머
참석 :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인디플러스 展'에서 <두 개의 선>이 상영되고 있죠.
4일의 상영 후에는 지민 감독님이 참석하신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그 현장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이번 GV는 특별히 그 동안의 GV에서 많이 나왔던 질문들을 모아모아-
‘자주 나오는 질문 FAQ 특집’으로 꾸며졌답니다!
‘안티 결혼 다큐’인 <두 개의 선>답게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질문도 많이들 해주시는데요-
보통 결혼은 여성에게 억압적이다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결혼제도란 남성 여성 모두에게 불편하고 억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주신 지민감독님.
감독님은 약간의 ‘착한여자 콤플렉스’를 고백하시며, “결혼제도 속으로 들어가면 ‘좋은 아내’와 ‘좋은 며느리’의 역할에 가까워 지려고 노력하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살다보면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런 맥락에서 참 공감되는 말씀이었어요.
지민:
저희는 지금 결혼식은 하지않았고 혼인신고는 한 상태인데, 그러면 ‘이건’ 뭐라고 불러야하지 이런 고민이 들기도 해요.
또 저는 버릇처럼 ‘철이’나 ‘남자친구’, ‘애인’ 이런 식으로 지칭을 하는데, 꼭 누군가는 “아니야, 너 이제 ‘남편’이라고 불러야지.” 라고 꼭 그것을 교정하려고 한다거나 그럴 때 그 기준이 뭘까. 혼인신고를 한 것이 그렇게 큰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되고. 오히려 전보다 ‘결혼’이라는 거에 고민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행정적으로는 ‘부부’상태이지만, 크게는 제가 지향했던 ‘비혼’에 가깝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아내’나 ‘남편’의 역할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 고민을 계속 파트너와 나누려고 하구요.
‘혼인신고’가 관계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하는 질문도 많이들 해주시는 단골이랍니다!
현재 행정적인 혼인신고는 하셨지만 여전히 비혼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두 분의 관계는 혼인신고 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으시다네요! 멋진 두 분!
"그러나 만약 재산이 많았다면 이런 행정적인 조치로 인해 ‘이건 누구거, 저건 누구거’하게 되면서 큰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웃음) 나눌게 빚밖에 없어서 서로에게 가진걸 다 줘도 괜찮다는 애틋한 지민 감독님의 말씀 (웃음)
혼인신고는 아니고 아이가 생김으로써 생기는 변화는 크다고 하시네요!
지민:
인생이 끝난건 아닌데, 정말 ‘어떤 인생’은 끝났죠.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면 밤에 클럽을 갈 수 있는 그런 삶은 끝났어요. (웃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혹은 “아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요”도 역시나 단골질문!
감독님은 아마 안했을 것 같지만, 아이가 아프지 않아서 혼인신고를 안했더라도 아이가 커가면서 행정적으로 제도적으로 또 다른 벽들을 만났을 거라고- 아이가 아팠던 것은 ‘큰 원펀치’로, 안 아프고 커가면서 어린이집을 보내거나 학교를 보내면서 겪게 되었을 문제들은 ‘자잘한 펀치들’로 적절한 비유를 들어 말씀해 주셨습니다.
행정적인 혼인신고를 하신 지금은 어린이집도 등본서류 한 장으로 해결되는 등 여러 절차들이 확실히 편하시다네요.
마지막 단골질문은 바로 “아이가 크면 <두 개의 선>을 보여주실 건가요”
지민 감독님은 반려동물을 키울 때도 남다른 친분을 자랑하셨고, 아이가 태어나면 영화 <올가미>의 엄마처럼 너무 집착(?)하게 될까봐 걱정을 하셨었데요. 지금 현재는 다행이 적절한 거리를 잘 유지하고 계시답니다. "아이가 넘어지면 어쩔 줄 몰라하지 않고 “일어나”라고 할 수 있는" 침착한 지민 감독님!
다만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욕심은 있어요. 근데 저도 그랬고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저희를 싫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럴 때 이 영화를 변명처럼 보여주고는 싶어요. 나도 너를 위해 애썼다- 이런 맥락으로. (웃음)” 라고.
훗날을 위한 비장의 카드 <두 개의 선>!
그러나 15세 관람가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날은 아직 멀었네요 (웃음)
FAQ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난 후에도 관객분들의 감상평이나 다른 궁금했던 점에 대한 질문도 계속 이어졌답니다-
허경:
<두 개의 선> GV의 특징은, 관객분들이 질문 하실 때 질문내용은 사실 한 줄인데 본인 얘기를 길게 하시면서 질문해주세요. 영화를 보고 감독님하고 얘기를 할 때 “나는 어땠고-” 하는게 자꾸 떠오르는데, 아마 관객분들도 그런게 많으신 것 같아요.
관객:
혼인신고나 아이의 성씨 이런 문제들이 저는 감독님께서 주체적으로 살기위해서라기보다는 단지 기존의 것이 싫어서 그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라고 느껴졌거든요.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지민:
그 두 개가 명확하게 구분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예를들면 제가 살고싶은 삶이 A일 수도 있고 B일 수도 있고 C일 수도 있는데, 세상은 “A만 해야돼” 라고 정해둔다면. 그건 제가 B를 살고 싶은게 꼭 그 사람들하고 달라지고 싶어서는 아니고 나는 그냥 B를 살고 싶은건데 세상이 A라고 정해놨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하거든요. 꼭 달라지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에요.
말씀하신 아이의 성씨 같은 경우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생각해요. 엄마 성이든 아빠 성이든 그거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아이가 부모 성을 다 쓸 때는 그 문제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왜 나는 다른 애들하고 이름이 다르지. 왜 나는 성을 두 개를 쓰지” 그러면 왜 성을 두 개를 썼는지에 대한 맥락을 생각하게 되고- 그게 물론 그 아이가 원하지 않는 삶일 수는 있어요. 그게 되게 귀찮고 괴로운 일일 수 있고. 그런데 저는 정말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거고- 그런데 그렇게 못 한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아이가 좀 더 크면 해주고는 싶어요. 선택은 그 애의 몫이고 그렇게 살라는 건 아니지만- 남들과 다르게 살라고 하고 싶은건 아니에요. 제가 그런다고 그렇게 살 것도 아니고 (웃음)
알았으면 좋겠어요. 뭔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에 대해서.
이후의 삶에 대해서 <두 개의 선> 후속작을 찍을 계획은 혹시 없으시냐는 질문에 앞으로의 작품에는 가능하면 본인의 출연은 지양하고 싶으시다는 지민 감독님. 삶에 카메라가 들어오는게 불편하기도하고 카메라를 의식하고 평소의 막말(!)을 못하게 되는 등의 긴장감이 있으셨다네요. (웃음)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카메라 앞에서도 너무 자연스럽다는 감탄을 했었는데, 관객에게는 안 보이는 절제와 긴장이 있었던 거군요!
시간관계상 지민-철 커플의 뜨거운 사랑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허경 프로그래머님의 아쉬움에 대해, 거의 형제처럼 지내고 계시다는 지민 감독님. 요즘은 뜨거운 사랑이 뭔지 기억이 안나신다며 마무리를 씁쓸(?)하게 장식하셨답니다. 확실히 아이가 있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변화는 크군요! (웃음)
인디플러스1주년 기념 GV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답니다.
허경프로그래머님의 말씀처럼, 이번 GV에서도 관객분들은 본인의 경험을 곁들인 질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생각할 거리, 얘기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두 개의 선>!
감독님의 처음 포부대로 10만관객은 들지 못했지만 (웃음) 술자리의 노가리같은 영화였으면 한다는 감독님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GV가 계속 있을 예정이니까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면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모두가 '해야하는' 결혼에 대해 미처 의문을 품어보신 적이 없는 분들
'조금은 다른 삶'에 대한 고민을 지닌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두 개의 선> 보러 오세요!
⊙허지웅 평론가와 함께 하는 <두 개의 선> '상상마당 웰컴' GV 후기
두 개의 선 2 lines
2011┃HD┃82min┃Documentary┃color┃16:9┃stereo┃2012. 02. 09. 개봉!
SYNOPSIS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민과 철.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아이와 함께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다! 두 개의 붉고 진한 선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Contact
Twitter. <두 개의 선> 지민 감독 @docu2sun
시네마 달 @cinemadal